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7년 03월 21일(화) 14:35

사순절을 맞아서 본회퍼 목사의 시에 가락을 붙인 찬송을 듣는다.

"그 선한 힘에 고요히 감싸여/ 그 놀라운 평화를 누리고/ 나 그대들과 함께 걸어가네/ 나 그대들과 한 해를 여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그 어떤 일에도 희망가득/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저 촛불밝고 따스히 타올라/ 우리의 어둠 살라 버리고/ 다시 하나가 되게 이끄소서/ 당신의 빛이 빛나는 이 밤/ 그 선한 힘이 우릴 감싸시니/ 그 어떤 일에도 희망가득/ 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 하루 또 하루가 늘 새로워"

본회퍼는 1944년 12월 19일 베를린의 감옥에서 이 시를 썼다. 언제 처형당할지 알 수 없는 사형수의 처지에서 새해를 맞으며 지은 시이다. 그는 1943년 4월 5일에 체포되어 1945년 4월 9일에 사형을 당했다.

이 시에 지그프리트 피츠가 1970년에 곡을 붙인 노래가 요즘 한국에 전해지고 있다. 작곡가가 손수 피아노를 연주하며 모두 7연의 시 가운데 7연을 후렴으로 삼아서 1연과 2연을 2개의 절을 노래했다.

지난 해 성탄절 이후로 이 노래의 동영상을 여러 차례 접했다. 성탄인사 삼아서 주신 분도 계셨고, 예배당에서 특송으로 부른 것을 듣거나 동영상으로 접하기도 했다. 교회의 주일 안내 동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도 보았다. 언제 들어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언제든 사형을 당할 수 있는 처지의 본회퍼가 평상심을 유지했다는 점도 감동적이고, 피츠의 연주나 노래도 가사의 감동을 충실하게 전하고 있다.

노래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본회퍼의 믿음이 흠뻑 담겨있다. 본회퍼는 벗들에게 하늘의 평화를 주시는 선한 힘에 의지하여 함께 걸어간다는 믿음을 전한다. 세상의 어둠이 짙을지라도 한 자루의 촛불이 비치는 밝고 따스함에서 희망을 본다. 비록 죽음이 갈라놓을지라도 믿음 안에서 하나라는 고백을 읽게 된다. 들을 때마다 본회퍼의 따스한 손이 내 손을 잡는 듯해서 감동이 된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오늘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 비록 본회퍼처럼 감옥에 갇혀 있거나 사형선고를 받지 않았을지라도 그러한 긴장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교회는 2000년대 들어오면서 20세기 성장의 흐름이 끊어졌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 교단마다 교세가 감소하고 있다. 20세기에 한국교회는 민주화 인권운동의 보루요, 생명존중과 평화통일의 전령노릇도 감당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이 역할도 역시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 역시 급격한 대내외의 변화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주변 강대국들의 대국답지 못한 행태를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마도 가까운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일찍 알았겠으나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특정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엮여 있는 큰 고리라고 할 수 있다. 분단된 한민족의 생존을 위해서 저절로 기도하게 된다.

우리 총회는 동반, 균형,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치를 담아서 교회성장지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5개년 계획의 3년차를 지내고 있다. 총회 각 부서와 노회의 사업에 동반, 균형,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치가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치유와 화해, 생명공동체의 가치도 안고 있다. 20여 년 전에 총회가 전권을 위임해서 시행한 기구개혁을 다시 해야 할 때도 되었다. 총회가 시행하던 사업을 가치 중심으로 재검토하고, 정책총회 사업노회의 슬로건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본회퍼의 노래처럼 하나님의 빛을 향해서 굽힘없이 나아가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변창배 목사
총회 사무총장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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