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7년 03월 07일(화) 14:35

말은 하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 준다고 한다. 또 말은 그 사람의 외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지적이고 곱상하게 외모를 갖춘 사람이 쌍스러운 말을 하면 "보기와는 다르네"라고 핀잔하게 되는 것이다.

얼굴과 같은 외모로도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의 내용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도 한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인품이 무의식 중에 겉으로 표현되는 것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 국민들은 둘로 나누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국민들은 경찰이 쌓놓은 차벽을 사이에 두고 마치 남북이 갈라지 듯 분리되어 있다. 각각의 집회가 끝나고 어쩌다가 함께 대중교통을 탔을 때 느껴지는 냉랭한 분위기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색함이다. 광장에서의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위치(생각)에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모두가 가정으로 돌아가면 할아버지요, 할머니이며, 아버지 어머니이고 아들 딸 그리고 손자손녀들인데, 차벽으로 가로 막혔다고 해서 순간 원수 아닌 원수가 된 것이 안따까움을 넘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떤 일이든 넘지 말아야 할 한계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이 한계점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분명 한가정의 한 식구들인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쉽게 튀어나오고, 엄연한 법치국가에서 살고 있으면서 법을 무시한 무서운 말들을 쉽게 뱉어내고 있다.

조선이 개국될 당시에 이러한 일화가 있다. 태조 이성계와 개국 공신인 무학대사의 대화 내용이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대상의 얼굴은 돼지 같다"는 말을 했고 이에 대해 무학대사가 받아친 대화이다. 이 대화 내용은 결국 마음 속에 담아 있는 생각이 말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서로가 우스개 소리로 한 대화지만 그 안에 담긴 가시같은 뜻이 깊게 담겨져 있기에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지 않을까?

우리 속담에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 한마디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요즘 광장에서 쏟아지는 말들 중에는 '살인' 행위를 능가하는 내용들이 있다. '죽어버려야 한다'는 말 정도는 보통이고, 입에 담기 조차 쉽지 않은 말들을 무대에 서서 공공연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방송 등 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언론 매체에서는 거리낌 없이 상대가 위협을 느낄 정도의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차벽을 사이에 두고 광장에 각각 모인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바른 국가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생각은 같은데 방법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러한 선한 뜻을 표현하는데 더이상 입에 담지 못할 독설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말은 뱉어 내는 사람의 속 마음이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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