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이 그립습니다

그 사랑이 그립습니다

[ 목양칼럼 ]

최광우 목사
2017년 03월 07일(화) 14:14

오늘은 유난히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저희 어머님은 16살의 나이에 시집을 오셨습니다. 6ㆍ25때 아버님은 인민군의 차출을 피해서 일찍 남하하셨고, 어머님은 딸 하나에 아들 둘을 데리고 피난을 오셨습니다. 그 난리 통에 딸을 잃어버리셨습니다. 6ㆍ25전쟁 중에, 어머니 말씀으로는 "난리 통에, 병이 나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못처럼 박혀서 늘 그 딸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곤 하셨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찾기를 할 때 텔레비전을 보시면서 눈물로 북녘땅에서 함께 내려오지 못해 생이별을 하신 부모형제들을 그리워 하시다가 그 부모형제 다시는 만나지 못하시고 천국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피난 나오기 전에 그곳에서 일구고 사셨던 집문서, 논문서, 밭문서를 장롱 바닥 깊이 묻어 두시고 그리운 고향에 다시 한 번 가보시지 못하시고 천국에 가셨습니다.

오늘은 그 어머니가 유난히 생각이 납니다. 저는 그 어머니께서 41살에 얻으신 막내입니다. 유난히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매 한번 안 맞아보고, 큰 야단 한번 안 맞아보고 자랐습니다. 왜 매 맞을 일이 없었겠고, 왜 야단맞을 일이 없었겠습니까? 늦게 얻은 늦둥이 막내라는 안쓰러움 때문에, 피난 나와 자녀들을 배불리 먹이며 키우지 못한다는 죄인이 아닌 죄책감 때문에, 아니 그보다는 자녀를 사랑하는 헤아릴 수 없는 그 사랑 때문에 회초리를 댈 수가 없었고, 야단을 치시기가 안스러우셨던 것입니다.

그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묻어있는 하나의 사건이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방에서도 코가 시리고, 방에 놓은 걸레가 얼 정도로 추웠습니다. 그런 겨울이 되면 어머니는 학교에 가는 나에게 밥상을 차려 주시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제 신발을 부뚜막에 올려놓고 연탄불로 따듯하게 데우십니다. 그리고 제가 밥을 다 먹고 방문을 열고나서면 어머니는 그렇게 데운 그 신발이 그사이 추위에 식을까 손에 들지 못하시고 그 더러운 신발을 가슴에 품고 저를 기다리시다가 제 발밑에 놓아주십니다. 그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습니다. 왜 그렇게 하시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시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그 어머니의 사랑이 많이 그립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운 이유는 어머니는 오늘도 말 없이 웃으며 제 손을 잡아 주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마음을 알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내 어머니는 나를 인정해 주시고 안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그때 그 신발을 가슴에 품었다가 내 발 아래 말없이 놓아주셨듯이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가슴으로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어머니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또 주님을 생각합니다. 갈릴리 바닷가에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새벽추위에 모닥불을 피워놓으시고 생선을 구워놓고 "와서 조반을 먹으라"고 말씀 하신 주님의 마음을 감히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처럼 그냥 신뢰하고 믿어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냥 사랑해주면 인되는 것일까? 주님처럼 그냥 품어주며 살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은 그 어머니와 그 주님의 그 사랑이 많이 그립 습니다. 그러기에 그 주님이 계시고 그 어머니가 계신 천국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주님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최광우 목사양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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