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바꾸는 연습부터

시선 바꾸는 연습부터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7년 03월 07일(화) 14:12

"아이를 곧 출산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이주노동자쉼터로 찾아온 그녀는 이미 만삭이었다.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계속되는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왔다. 곧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의료보험은 물론 '빈털털이'였다. 분명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 순간부터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오산 이주동자센터 오영미 목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만삭의 아내를 폭행할 수 있을까 싶지만, 너무나 비일비재 한 일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놀랍다"고 안타까워 했다. 폭력의 종류도 다양하다. 무시 위협 등 언어폭력, 신체적 폭력 등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거나 정신적 학대를 통해 고통을 준다.

실제로 쉼터에 거주하는 대부분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으로 이혼 했거나 폭력 남편을 피해 자녀와 도망친 경우였다.

설상가상 이들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경제적 능력도 없어 자립이 쉽지 않은 상황. 오 목사는 "의사소통 능력은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와 가족의 사랑과 비례된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대체로 이들은 취업을 하더라도 단순 노무직인데다가 저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자녀 양육은 거의 포기할 정도다. 다문화가정인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아이들이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엄마의 보살핌 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비록 한국사회가 이주여성들의 코리안드림을 지켜주지는 못했더라도 이제 이 땅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할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어머니의 '악몽'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시선'을 그녀들의 남편도 시민도 거두는 연습부터 시도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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