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것이지

마음이 가난한 것이지

[ 목양칼럼 ]

최광우 목사
2017년 03월 02일(목) 14:08

초등학교 시절 운동을 꽤나 좋아했다. 6학년 때 학교에서 축구선수를 뽑았는데 영광스럽게 몇 안 되는 인원에 내가 선발이 되었다. 4~5개월 열심히 연습을 하다가 어느 날 감독 선생님이 운동복을 구입해야 하니 5000원씩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에게 5000원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일찍 철이 들었던 나는 어머니에게 5000원을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5000원을 주실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마감하는 날 아침에 "엄마 5000원 주세요! 학교에서 축구선수로 뽑혔는데 운동복을 사야 하니 5000원을 가지고 오래요.", "얘야 5000원이 어디 있니!" 나는 두말도 없이 학교에 갔다.

수업을 마치고 연습을 하기 위해서 축구부가 모였고 선생님이 운동복 값을 내라고 하셨는데 나만 운동복 비용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나처럼 어려운 형편의 친구들이 많았던 것이다. 며칠 후에 축구부는 해산 되었고, 초등학교 시절 나의 꿈이었던 축구선수의 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얼마 전 아내가 집안 정리를 하다가 운동복 몇 벌을 꺼내 놓았다. 교회 축구선교회 유니폼 2벌, 노회목사 축구선교회 유니폼 2벌과 추리닝 1벌, 특별행사 때 입었던 유니폼 몇 벌, 아내의 말은 이것들을 입지 않으니까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새것과 다름이 없는, 몇 번 입지 않은 운동복들이었다. 버리기가 아쉬웠다. 정이 들어서가 아니라 새것과 다름없이 구멍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며칠 전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신발장 문을 열고 잠시 망설였다. 이제는 '부자' 목사가 되어서 "오늘은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나" 골라서 신을 정도로 신발이 많아졌다.

아내는 "제발 궁상 좀 떨지 말고 오래된 신발은 버리라"고 하지만 10년이 넘은 신발도 버리고 싶지 않고 궁상을 떨고 싶다. 왜냐하면 옛날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5000원을 내지 못해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던 그 시절, 학교에 번듯하게 신고 갈 신발이 없어 구멍 난 신발에 구멍 난 양말을 신고, 구멍 난 가방을 꿔매어서 들고 가던 그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절 그 일들이 서럽게 느껴지거나 내가 가난한 집 아들이라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행복했던 것 같다.

요즘 나는 어떤가? 신발장에서 신발을 골라 신어야 하고, 등산화, 운동화, 내 신발만 해도 신발장에 가득하고, 오늘은 어느 넥타이가 잘 어울릴까 아침마다 망설여야 하고, 오늘 점심을 먹어야지가 아니고, 오늘 점심은 뭐를 먹어야 하는지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요즘 모든 것이 어렵다고 하고, 어려운 때라고 한다. 경제가 어렵고, 나라가 어렵고, 교회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 본다. 정말 어려워서 헬조선(Hell朝鮮)인가? 아니다. 헤븐조선(Heaven朝鮮) 이다. 그래도 헤븐조선이다. 상황과 환경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하고, 생각이 어려운 것이다. 오늘 아침 잠언의 말씀이 생각난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그래, 나는 가난하지 않다.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어렵지 않다. 주님 안에서 나는 부요한 자요. 우리는 부요한 자들이다.

 

최광우 목사   양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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