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대하는 기독인의 자세

예술을 대하는 기독인의 자세

[ 기자수첩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2월 20일(월) 18:14

일본 최고의 현대 기독교 문학으로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인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거장이라 칭송받는 감독 마틴 스콜세지에 의해 '사일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오는 28일부터 우리나라의 관객들과 만난다.

소설 '침묵'은 17세기 일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잠입한 신부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고통의 순간에 침묵하는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번뇌와 고민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이 소설은 겉으로는 하나님의 침묵 속에 고뇌하는 인간을 묘사하지만, 심층에서는 침묵 속에서 순교든 배교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묵묵히 끌어안고 상처와 영혼을 어루만지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 주인공인 페레이라 신부는 배교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자들이 고통을 당하자 결국 배교를 선택한다. 그러나 작가는 배교한 신부를 정죄의 시선이 아닌 이것까지도 포용하는 자애로운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소설 '침묵'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깊은 성찰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침묵'은 현대 기독교 문학의 고전 반열에 들었다. 

최근 영화 '사일런스'의 시사회에서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참석자들 간 논쟁에 가까운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격분한 일부 목회자들은 영화의 상영에 반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기철 손양원 목사 등 순교자를 최고의 신앙인으로 추앙하는 우리나라 교회의 풍토에서 배교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기독교 예술계에서는 이러한 부딪힘이 의외로 잦다. 기독교 영화인들은 이번 작품처럼 신앙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평론이나 감상평을 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자칫 한번의 평론으로 이 좁은 교계의 바닥에서 자유주의자나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낙인 찍힐 수 있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상영중지 운동 등으로 심각한 재정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 예술인들은 이러한 영화를 피해 소위 말하는 안전한 예술 위주로만 간다면 기독교 예술은 복음전파라는 기능적 측면으로서만 강조되어 예술 그 자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피하지 말고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나의 생각과 다른 의견에 대해 귀와 마음을 열어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정죄하거나 낙인 찍지 않는 성숙한 토론 문화가 기독 문화계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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