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에 놓인 이민교회들

외딴섬에 놓인 이민교회들

[ 땅끝에서온편지 ] <2> 공동체 교회-디아스포라리포트

김주용 목사
2017년 02월 17일(금) 13:33

미국의 시카고는 다양성을 가진 도시이다. 고전적 미국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화의 보편적 특성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또한 시카고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은 시카고의 기독교 지형에서도 나타난다. 시카고와 그 주변에 있는 다양한 성향의 신학교와 교회가 그 증거이다. 시카고 무디 신학교, 휘튼 칼리지, 트리니티 신학교는 보수적인 신학을 지켜가고 있다. 또한 시카고 대학, 노스웨스턴 대학의 신학부, 그리고 교단 신학을 이어가는 맥코믹 신학교와 루터란 신학교, 시카고 신학교, 가톨릭연합 신학교 등은 중보 또는 진보의 신학을 가지고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더불어 시카고에는 미국 복음주의 교계의 리더인 빌 하이벨스 목사가 이끄는 윌로크릭 커뮤니티 교회가 있는 반면에, 사회 진보적 신학과 신앙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장로교 전통을 철저히 지켜가는 시카고 제4장로교회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석하던 흑인신학의 현장성을 가지고 있는 트리니티 유나이티드 교회가 있다. 시카고는 이렇게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며, 서로 대화하되,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을 부지해 나가는 시카고의 특성이 시카고 내 이민교회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이민교회들은 급속한 노령화와 신앙의 보수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의 시골교회에서 환갑이 넘은 안수집사가 교회 청년부 회장이 되었다는 현실이 이제 이민교회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시카고의 이민교회는 1980~1990년대에 풍미했던 부흥집회와 기도모임의 추억에 머물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어느 새 이민교회는 노인들만이 출석하는 교회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 틈새를 찾아 청년 중심의 특성화된 캠퍼스교회와 일부 이민 중대형교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이민교회는 성도들의 노령화의 고민에 빠져 있다. 또한 뉴욕이나 LA만큼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시카고는 아무리 많은 교인이 출석하는 이민교회라도 새로운 교회 문화와 시대 상황을 좇아가지 못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새로운 이민세대와 과거의 이민세대, 그리고 한국말이 익숙한 부모세대와 영어가 편한 자녀세대가 갈등하고 충돌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민교회는 지역 사회하고도 많은 소통을 이루지 못한다. 주일에만 왁자지껄 모여들어서 온갖 한국음식의 냄새를 풍긴 채, 밀실의 종교처럼 자기들만 예배드리고 바로 사라져 버리는 이민교회는 초대교회 시대에 보여주었던 지역교회로서의 본질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다양한 세대와 인종, 성별, 직종, 계급에 거리낌 없이 모여들어 예배를 드리고 신앙의 교제를 나누던 교회의 본질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민교회는 마치 외딴섬처럼 사방이 막혀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회는 세상을 향해 열린 공동체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이런 이민교회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필자와 몇 명의 성도들이 함께 모여 '시카고 기쁨의 교회(Chicago Joyful Community Church)'를 3년 전에 개척했다. 영어 이름에는 '공동체 교회(Communitiy Church)'가 들어간다. 이 '공동체 교회'라는 표현에 많은 교우들은 기대를 건다. 외딴섬에 갇힌 교회가 아닌, 세상 한복판에 세워져 세상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공생하는 공동체 교회로서, 시카고 기쁨의 교회가 한인 이민교회의 문제들에 대해서 진정한 '교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의 교회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지역교회로서 미국 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고자 노력하며, 교회 내부적으로 각 세대가 통합하고 대화하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고자 많은 시도를 해 오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디아스포라 리포트'를 통해 이민교회 같지 않는 이민교회를 세우는 여정을 고국의 많은 교회들과 소통하며 나누길 바란다. 이 공간이 더 크고 넓은 공동체 교회를 만드는 다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