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교회 목회, 코끼리도 울린다

이민교회 목회, 코끼리도 울린다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리포트-시카고 기쁨의교회<1>

김주용
2017년 02월 10일(금) 18:47
▲ 시카고 기쁨의교회 전교인 야외예배.

이민교회를 섬기던 목회자들이 하나같이 사용하는 예화는 '코끼리의 눈물'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코끼리를 끌고 와서는 "여러분, 이 코끼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분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온갖 방법을 사용해서 코끼리를 울게 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때 이민교회에서 은퇴한 한 목사가 나와 코끼리의 귀에 대고 뭔가를 이야기하니, 갑자기 코끼리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기에 코끼리를 그리 슬피 울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미국 이민교회 얘기를 조금 해 주었지요"라고 대답했다. 다음 제안은 코끼리의 큰 발을 높이 들게 만들어 보라고 한다. 또 여러 사람들이 시도를 했지만 실패한다. 그러자 이번에도 이민교회 은퇴목사가 코끼리의 귀에다 대고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니, 코끼리가 큰 발을 높이 쳐들고는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목사에게 묻는다. "아니 이번에는 무슨 말을 했기에 저렇게 발을 들고 도망치게 만들었습니까?"라고 묻자, "코끼리야, 너 나랑 미국에서 이민 목회 한 번 해 볼래?"라고 물었다고 했다.

매번 이민교회에서 온 목회자들이 이 얘기를 할때면 '왜 그렇게 자학들을 하는가?'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10여 년 이민교회에 몸담고 사역을 하면서 예화 안에 나오는 은퇴목사와 코끼리가 모두 이해가 된다.
이민 교회는 광야와 같다. 사람들은 많아 보이나 광야처럼 아무도 없는 곳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민교회는 광야의 밤과 같은 시기가 너무 많다. 어둡고 차가우며 사방에서 어떤 맹수들이 달려들지 모르는 사면초가와 같은 순간이 너무 자주 와 '이곳이 광야구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야 없이 하나님의 땅에 갈 수 없기에 그 길을 걸어간다. 여전히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와 주일을 지키고, 주중 내내 별을 보고, 세탁소에 나가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삶을 살면서 주일에 전심으로 교회에 헌신하는 이민자 디아스포라들 때문에 이민교회는 하나님의 구름과 불기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 유학을 위해 미국 시카고에 왔다. 이민교회에서는 적당히 적을 둔 채, 학위만 받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미국 이민교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몇 해 이민교회를 경험하면서 필자는 이민교회가 특별한 '선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배운 목회로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다. 1세대와 2세대 이민자들과의 세대적 간극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부모세대와 영어를 사용하는 자녀세대의 언어와 문화의 장벽, 그리고 미국 지역사회하고의 소통 부재는 단순한 목회적 차원이 아닌, 특수 선교 사역과 같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지역출신 간의 갈등과 혈연으로 나눠진 공동체의 다툼, 교회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발생하는 교회 내 충돌과 반목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광야에서 40년을 방황한 이유를 깨닫게 한다. 그래서 필자는 선교사라는 마음으로 이민교회에 뛰어 들었다. 곧 포화가 떨어지는 전장의 최전방에 서 있는 마음으로 매일 이민교회 전선으로 달려간다.

이곳 이민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여전히 전시이고, 여전히 광야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애굽의 이민자였던 예수를 통해 소망을 품는다. 그 소망은 이제 광야 한복판에 있는 이민자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향한 선교적 소명이다. 지금도 이 소명의 실현을 위해 새벽제단 가운데 기도로 나아가는 수많은 이민교회 목회자들의 중보가 서로 그물처럼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 김주용 목사.

김주용 / 시카고 기쁨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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