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그리고 향기

냄새 그리고 향기

[ 4인4색칼럼 ]

이대성
2017년 01월 31일(화) 16:18

이대성
수필가


날씨는 차갑지만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상쾌한 아침이다.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 문이 열린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가끔 이 냄새가 났었는데 오늘은 더욱 진한 냄새가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누군가 향수를 뿌렸는데 바로 앞서서 엘리베이터를 탔던 모양이다. 그 향이 얼마나 진한지 나에게는 고약한 냄새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그 누군가는 좋은 향기가 나기를 기대하면서 향수를 뿌렸을 텐데 나는 그 냄새로 인해 온종일 기분이 상쾌하지 않았다.

냄새는 좋은 냄새도 있고 나쁜 냄새도 있다. 좋은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자꾸 맡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갓난아기의 살 냄새가 그렇고 봄에 피는 아카시아꽃 냄새가 그렇다. 초여름에 나지막한 산길을 걷노라면 코끝을 살짝 스치며 지나가는 소나무의 솔 향내도 참 좋다. 반대로 나쁜 냄새는 기분을 상하게 하며 다시는 맡고 싶지 않게 만든다. 똑같은 냄새라도 좋은 냄새는 향기이지만 나쁜 냄새는 악취이며 그냥 냄새일 뿐이다. 

사람도 제각기 다르게 풍기는 냄새가 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냄새가 나지만 반면에 다시 맡고 싶지 않은 나쁜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어떤 사건에 여러 사람이 관여된 일이 있었다. 그 일은 잘 해결됐지만, 그 일을 풀어가면서 몰강스럽게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쉽게도 이 분은 모 교회의 장로님이었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 그 사람만의 내면의 특유한 냄새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얼굴에 나타나고 말과 행동에 나타난다. 아마도 평생을 살아오면서 길들여진 습성에서 나타나는 자기만의 특유한 냄새일 것이다. 

나는 그냥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향수를 뿌려 나에게서 나는 나쁜 냄새를 감춰가며 가공의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다. 가공의 냄새는 독한 향수가 사람들을 역겹게 하며 금방 싫증이 나게 하는 것처럼 은은한 향기로 오래 남지 못한다. 나의 작은 꿈이라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의 향기를 풍기고 싶다. 내가 나를 꾸미지 않아도 시나브로 은은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향기가 있는 꽃은 가시 돋친 나무에 핀다'는 속담도 있다. 실속 있고 가치 있는 것이 겉보기에는 초라하거나 나빠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여도 좋다. 향기 있는 꽃을 피우기 위해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져보길 소원한다. 가시 돋치고 보잘 것없는 나무에 피는 꽃이라도 그냥 냄새가 아닌 향기를 풍기는 꽃이라면 그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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