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정치(정당)인은 구별돼야

목사와 정치(정당)인은 구별돼야

[ 기고 ]

정종훈 교수
2017년 01월 19일(목) 10:57

박 대통령의 탄핵정국에 직면해서 목사의 직무 범위를 벗어나 정치행동을 하는 소수 목사들의 행태가 매우 우려스럽다.

극우보수단체와 맥을 같이 하며 탄핵반대를 외치는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의 목사들, 스스로 새누리당의 당원으로 가입한 후에 탄핵원천무효를 외치며 새누리당 100만명 당원가입 운동을 통해 진정한 보수정당을 세우겠다는 한때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의 선봉에 섰던 목사, 목사 1000명과 성가대원 2000명이 모일 것이라며 과대광고한 탄핵반대집회에서 생사를 같이하지 않고 '나몰라라 반대한 배신자들'을 운운하며 친박 좌장인 의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한 연합기관 대표회장을 지냈던 목사, '경제는 노조가 정치는 국회의원이 교육은 전교조가 자유민주주의는 종북좌파가 망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지켜달라고 외친 어느 선교방송의 이사장 목사, 정당의 지도자로서 당을 쇄신해보겠다고 나선 목사, 그 모양도 가지가지다.

목사라고 해서 정치적인 견해를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정치 역시 하나님의 질서이고, 인간은 정치적인 존재로서 그의 모든 견해와 행위가 이미 넓은 의미의 정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는 정치적인 무풍지대가 없고, 정치와 전혀 무관한 사람도 없다.

문제는 목사가 어떤 정치적인 견해를 갖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 정치행위에 참여하느냐에 있다. 구약성경에서는 국민을 억압하고 수탈하며 우상숭배를 일삼는 왕들에 대해서 두 부류의 예언자들이 활동했다. 한 부류는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자신의 기득권과 안일을 위해서 모든 것이 평화라고 외쳤던 거짓 예언자들이었고, 다른 부류는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며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해서 하나님의 정의를 외쳤던 참 예언자들이었다. 거짓 예언자와 참 예언자의 분기점은 이해관계를 담은 자신의 말을 임의로 하느냐, 아니면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을 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느냐에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10만(?) 여명의 많은 목사들이 있다. 누가 참된 목사이고, 누가 거짓 목사인지 우리가 구분하거나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목사라고 해서 다 똑같은 목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거치지 않고 무인가 신학교에서 마구 배출된 무자격의 목사도, 소명감과 사명의식 없이 수많은 직업 가운데 하나의 생계수단으로 선택한 목사도, 주님의 몸된 교회를 사유화하고 교인들을 자신의 사병처럼 취급하는 목사도, 독재정권의 부정과 불의에는 침묵하고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목사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 심판 날에 하나님께서는 거짓 목사들의 정체와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내실 것이나, 그때까지 기다릴 수만 없는 것은 양의 탈을 쓴 이리 같은 거짓 목사들이 교회를 문란하게 하고, 교인들을 혼란에 빠뜨리며,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신앙의 길에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와 정치인(정당인)은 구별된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려고 하지만 정치인은 정당의 강령과 이데올로기만을 주장하고, 목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려고 하지만 정치인은 정치권력만을 쟁취하려고 하며, 목사는 국민 모두를 섬기지만 정치인은 자기를 지지하는 일부 국민만 섬기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참된 목사와 거짓 목사도 그들의 행위를 통해 어느 정도는 구별된다.

참된 목사는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지만 거짓 목사는 소수 권력자의 편에서 특권을 향유하려고 하고, 참된 목사는 하나님의 종으로 교인들을 섬기지만 거짓 목사는 하나님의 종님으로 교인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며, 참된 목사는 정치에 대해 예언자 역할을 감당하지만, 거짓 목사는 정치권력자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사이면서 정치인이 될 수는 없다. 어느 목사가 정치인 행세를 하려면, 차라리 목사직을 접어야 한다. 그것이 정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 흉내를 내는 거짓목사가 있을 때, 국가도 교회도 최악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종훈 교수  
연세대학교 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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