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찬송

추억의 찬송

[ 목양칼럼 ]

이재학 목사
2017년 01월 19일(목) 10:48

필자는 모태신앙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찬송을 쉽게 접하며 생활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알고 부른 찬송은 어린이 찬송이 아닌, 장년 찬송가 351장(구389장)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사니'이다.

이 곡을 내가 많이 부른 이유는 필자의 가정에 가장 먼저 복음을 받아 드린 어머님이 즐겨 부르던 찬송이다. 아버님과 친척들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가정에 신앙문제로 어려움이 많았고, 분쟁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그러면 어머님은 머리에 띠를 두르시고 자리에 누우셨고, 7남매 자녀들에게 찬송과 성경을 펼치게 하신 다음 큰 형님에게 가정예배를 인도하게 하셨다.

성경 한 구절을 읽고 계속해서 찬송을 부르게 하셨는데 그 찬송이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사니'이다. 이 찬송을 부르고 주님기도로 예배를 마치고나면 정말 거짓말 같이 어머니는 띠를 푸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그 옛날 어린 나이에 어머니 옆에서 무릎을 꿇고, 누워계신 어머니의 쾌유를 빌며 힘차게 부르던 것이 생각나면서 다시 힘을 얻게 된다.

다음은 93장 '예수는 나의 힘이요'라는 찬송이다. 이 찬송은 필자의 장인어른(포항동도교회 원로장로)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신 찬송이다. 장인어른은 6년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천국에 가셨다. 이 달 19일이 장인어른의 추도일인데, 그 때 나는 또 이 찬송을 부를 것이다.

장인어른은 필자에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하여 지치고 힘들 때 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셨고, 기도의 동역자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오직 교회와 목회자와 가족을 사랑하시며, 믿음의 본을 보여주셨던 장인어른을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이 찡해진다. 오직 예수만 우리의 힘이시라고 힘차게 부르시던 장인어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은 95장 '나의 기쁨 나의 소망되시니'이다. 이 찬송은 필자가 어릴 때 다니던 고향교회에 사촌형님인 장로께서(후에 목회를 하시고 지금은 은퇴를 하셨다) 예배 전 찬송을 인도하실 때 부르시던 곡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형님께서 준비찬송을 인도하실 때 마다 꼭 95장 이 찬송을 부르셨다는 것이다. '밤 낮 불러서 찬송을 드려도 늘 아쉰 마음 뿐일세'라는 이 찬송의 고백처럼 주님을 찬양하고 또 찬양해도 주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는 귀한 마음이 느껴지는 찬송이다.

다음은 387장(구440장)이다. '멀리 멀리 갔더니 처량하고 곤하여'이다. 참 슬픈 찬송이다. 이 찬송은 필자의 교회 명예 권사님이 좋아하시는 찬송이다. 이 찬송을 자주 부르지는 않지만 한 번씩 부를 때마다 권사님의 아픈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목회자인 나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 혼자 사시는데 생활비를 충당하시기 위해 미장원을 경영하시며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제단에 나와서 기도하시는 권사님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렇든 찬송은 우리의 아픈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면서 위로가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마지막으로 486장(구 474장) '이 세상에 근심된 일이 많고'이다. 이 찬송은 필자의 어머니가 1977년 53세의 젊은 나이에 천국으로 가셨을 때 하관예배를 드리며 부른 찬송이다. 막내 아들인 나를 모든 희망으로 아시고 가난을 이기시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억척같이 사셨던 어머니였기에 나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었다.

하관 예배 때 이 찬송을 부르는 데, 그렇구나 이 세상에는 근심된 일도 많고, 곤고한 일도 많고, 죽을 일도 많고, 참된 평안이 없지만 오직 하나님이 계신 그 나라에는 근심도 없고, 곤고한 일도, 고통도 없음을 다시 깨달으며 천국의 소망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린 필자의 슬픈 마음이 위로를 얻었던 곡이다.

목회자 뿐만 아니라 모든 믿음의 성도들에게는 각자 사연이 담긴 찬송가나 복음성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찬송들을 부르며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의 박수를 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로 찬양하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는 것이다. 찬송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시고, 때로는 힘을 주시기도 하시고, 기쁨을 주시기도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누리며 우리의 입술에서 일평생 찬송이 떠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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