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마음을 보다

닫힌 마음을 보다

[ 땅끝에서온편지 ] <4>방치된 교회

장황영 목사
2016년 12월 16일(금) 18:02

선교사 파송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어느 강사님이 강의 중에 비엔나 한인교회를 언급하시며 그 교회 성도들은 양이 아니라 이리와 같다는 말을 했다. 훈련 당시만 해도 나는 싱가폴로 가기로 되어 있었고, 한인교회 사역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데 훈련이 끝난 얼마 후 총회 선교부 총무님으로부터 그 교회에 갈 것을 요청받은 것이다. 하지만 마게도냐인의 환상을 통해 선교지가 유럽인줄 알았던 나는 그런 요청을 받았을 때 훈련받을 때 들었던 그런 이야기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 두 달 사이에 선교지가 싱가폴에서 오스트리아 변경되고 나서 비엔나 한인교회를 아는 목사님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내게 말하길 "그 교회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알아보고 가세요"라며 주의를 주었다. 문제 많은 곳이니 웬만하면 가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특이했다. 그럴수록 내가 반드시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그 교회 성도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뭉클하고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분명 하나님께서 주시는 감정이었고, 마음이었으리라. 
 
그런 마음을 가지고 토요일 밤 늦게 비엔나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주일을 맞아 첫 예배를 드렸다. 예배당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예배인원이 60명 남짓 되었기에 빈자리가 훨씬 더 많았다. 예배 후 성도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성도들이 다 떠난 뒤 예배당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외벽은 낙후하여 시커멓고, 곳곳에 시멘트가 깨져 있었다. 본당 옆 작은 뜰에도 버려야 할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었다. 본당 뒷편 오르간이 있는 방은 고장 난 오르간이 먼지에 쌓여 있었고, 또 각종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들로 가득했다. 예배당 양쪽 벽면과 천정은 회벽이 백합꽃 잎처럼 터져서 곳곳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예배당 천정 윗부분에는 거미줄이 크게 쳐져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예배하는 곳 안팎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터진 회벽이나 거미줄은 대빗자루로 한 번만 갖다 대어도 쉽게 다 떨어질 터인데 그렇게 방치한 것이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분노가 일어났다.
 
그날 밤 잠을 자다가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낮에 예배당을 둘러보다가 느낀 분노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기도하고자 예배당 쪽으로 향하여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이 예배당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빗자루 한 번만 갖다 대어도 되는 일도 하지 않아 벽과 천정에 횟벽이 터진 채 있고, 거미줄이 널려 있습니까?' 하나님께 그렇게 항의하듯 기도했다. 정확히 말하면 성도들을 참소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성령님께서 내적인 분명한 음성을 들려주셨다. '터진 회벽은 성도들의 상한 마음이요, 천정 구석에 있는 거미줄은 성도들의 닫힌 마음이니라.' 성령님의 내적 음성을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으며 주님께 회개와 다짐의 기도를 드렸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성도들을 누구보다 더 사랑하리라고 다짐하고 왔는데 온 지 하루 만에 이들을 비난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 성도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닫힌 마음이 사랑으로 열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이때 성령님의 인도함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 성도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목회도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부르신 주님께서 실수하기 전에 막으시고, 이후의 목회방향을 설정해 주셨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비엔나 한인교회가 어떻게 이렇게 은혜 충만한가 묻는다면 "하나님이 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장황영/총회 파송 오스트리아 선교사/비엔나 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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