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찾아서

진리를 찾아서

[ 땅끝에서온편지 ] <1> 소명을 받고

장황영
2016년 11월 30일(수) 13:14

대학을 졸업한 후 잠시 감사원에서 근무를 했다. 방대한 업무량으로 퇴근시간에 맞추어 퇴근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근무 경력에 비해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고 실적도 좋았다. 하지만 2년 차에 접어들어 문제가 생겼다. 마치 사춘기 때의 방황처럼 인생에 대한 회의가 찾아온 것이다. 내 젊음을 투자한 결과 나중에 원하는 직위까지 오른다 할지라도 그런 인생에 참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전혀 예기치 않은 방황이 시작되었다. 과연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진리는 어디에 있는가? 당시 필자가 얻은 결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농사짓는 농부가 땀 흘린 만큼 수확을 거두는 농사일에 진리가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학문의 길에 진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도시에서 자랐기에 농사짓는 일은 도무지 맞질 않았다. 그래서 진리를 찾아서 학문의 길을 나서게 되었다. 감사원을 사직하고 학비가 없는 독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독일어 문법책 한 권과 성경책을 들고서.
 
학문에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내딘 걸음이기에 각오가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어학 코스에 나가기 전부터 독일어 문법책을 통독하며 밤낮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독일은 주일이 되면 일반 가게는 물론 도서관도 문을 닫는 것이다. 그때 나의 형편이 주일에는 공부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주일에는 많은 시간을 성경을 읽으며 보내게 되었다. 어릴 때 교회를 나갔다가 오랜 기간 교회를 떠났던 나는 독일에 와서 다시 교회에 나갔지만 거듭남의 체험이 없었다. 그런데 성경을 읽던 중 나는 말씀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 나의 구원자 되시는 그분을 만난 것이다.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만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샀느니라."(마 13:45-46)  진주 장사의 비유가 바로 나의 이야기였다. 사실 너무나 진지하게 하나님을 찾을 때가 종종 있었다. 찬송을 부르며 홀로 밤길을 걸으며 주님을 찾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 문 열린 예배당에 홀로 앉아 하나님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성경말씀 속에서 그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그 순간 무엇에 올인하며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인생관이 달라졌고, 가치관이 달라졌다. 또 세계관이 달라졌다. 내가 변화되어야지 결심하고 노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진리 되신 예수님을 만나자 그렇게 달라진 것이다. 그분을 만나고 보니 성경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성경책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특별히 로마서는 말씀의 보고였다. 대부분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 말씀 같아서 밑줄을 긋는데 거의 다 긋게 되었다. 농사일이나 학문의 길에 진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이제 앞으로의 인생을 주님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단했다. 그리고 소명을 받고 신대원에 들어가기까지 7년간의 유학생활을 했다. 이때의 기간은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힘들고 어려운 광야생활이었다. 광야생활 속에서 나의 모난 인격이 다듬어졌다. 또 그 기간은 삶 속에서 말씀을 실제로 적용함으로 말씀의 능력을 체험하는 시간이었고,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고 맡기신 지금의 사역을 위한 소중한 훈련시간이기도 했다.
 
1995년 8월 총회 선교부의 요청으로 갑자기 선교지가 싱가포르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로 변경되어 파송받았을 때 나와 아내는 언어나 문화, 그리고 환경의 적응에 별도의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같은 문화권에 속하는 독일 유학생활을 통해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섭리 가운데 독일로 부르셔서 그때부터 준비시키셨고, 때가 되어 오스트리아로 부르신 것이라 믿는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비엔나 한인교회는 지금 온 유럽에서 초교파적으로 가장 건강한 선교적 교회로 칭송받고 있다. 어려움에 있던 교회가 이렇게 놀랍게 변화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께서 하신 것임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디아스포라 리포트 '비엔나 한인교회편'은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엔나 한인교회 성도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행하신 크고 놀라운 일들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을 밝혀 둔다.

장황영 목사
총회 파송 오스트리아 선교사/비엔나 한인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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