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 다른 교회학교 세우기

학교교육과 다른 교회학교 세우기

[ 땅끝에서온편지 ] <8>다음세대를 위하여

차훈
2016년 11월 18일(금) 11:04

친구, 이 가을을 어찌 지내고 계신가? 만약 누군가 우리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AD 313년 이후의 교회가 망가뜨리고, 교육의 본질은 오늘날 학교가 훼손시켰다고 한다면 "당신 틀렸소"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은 그 두 가지가 함께하는 자리인 우리 교회 교육을 이야기해볼까 하네.
 
요즘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교회학교의 빈 자리들을 바라보면서 무너져 가고 있는 유럽 교회나 미국 교회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탄식을 넘어 가히 공포감마저 들게 하는 것 같네.
 
우선 나 자신을 돌아볼 때 그래도 명색이 기독교 교육을 전공했다는 사람으로서 지난 날 소위 학교 시스템을 도입한 교회학교를 신앙교육의 기본 장으로 삼은 것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지나온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네. 그리고 그 때부터 세상 사람들이 미래학이다 뭐다 하면서 그토록 정치, 경제, 사회학적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할 때에도 교회는 교회성장의 술에 취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대비하지 않았지.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문제가 성큼 와있는 지금까지도 문제의 뒤에 있는 문제의 실체를 보지 못한 채 현상적 결과만 가지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지.
 
신앙은 마틴 부버가 이야기했던 '나와 너'의 관계를 통해 나누어지고 삶을 통해 전수되는 것 일진데, 우리는 비판 없이 지식 기술 전달 중심의 학교교육 시스템을 그냥 도입하여 그 이름마저 교회학교라고 하며 우리 미래 세대들을 양육했었지. 그리고 심은 대로 오늘 결과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멘토나 스승이 없는 제자들이 우리 교회를 군중들로서 가득 채우고 있는 게지.
 
언젠가 주일 새벽에 잠이 깨어지면서 주님의 나지막한 소리를 들었지. "Why not?" "무슨 뜻이죠?" "네가 지난 밤 잠들기 전 어린이 사역으로 고민하며 기도했잖아…왜 주일을 어린이 사역을 우선순위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네가 그것이 중요하다면서? 나는 네가 내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 때 나도 그만큼 기쁘다는 것을 알기 원한다."
 
그 날 설교를 마치고 즉시 성도들에게 선포했네. 다음 주일부터 장년 예배는 오후 5시 30분으로 옮기고, 매 주일 삐냐쁘란시아 본 교회 어린이 집회를 8시 30분, 그리고 우리의 아웃리치 장소인 말리가야에서 11시 어린이 집회를 하고 또 장소를 옮겨 오후 2시부터 산간 마을 집단 이주민 촌이 있는 바라스에서 어린이 집회를 하고 본 교회로 돌아와 장년 집회를 하겠다고.
 
어린이 사역은 사역자들이 그룹이 되어 매주 오직 한 절 요절 말씀과 핵심 요약을 여러 가지 재미있고 다양한 게임과 드라마와 춤과 노래, 그리고 이야기들로 짧게 반복하며 진행하는데 웃고 소리치는 가운데 거의 두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할 정도로 사역팀이나 아이들 모두 즐거워한다네. 매 주 엄청난 더위에 에어컨도 안 되는 박스차를 끌고 세 군데 사역지를 돌고 오면 고령의 나뿐만 아니라 우리 12명의 젊은 현지 청년 사역팀들마저 녹초가 되지만, 매주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그 모든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네.
 
나는 이제 이 땅의 미래 영적 지도자들을 키우고 세우는 일에 나의 남은 생을 투자하기로 했네. 나는 교육은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에게 최선의 기회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믿네. 그리고 특히 신앙교육은 형식교육이 주를 이루는 오늘의 학교교육과 달리 비형식, 무형식 교육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네. 종교가 아니고 삶이니까 말일세.
 
몇 명이든 가까이 마주 앉아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하며 축복하며 그렇게 우리 신앙을 나누면 안 될까? 예수님이 그리 하셨듯이. 우리 농사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


차훈 목사/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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