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시스의 믿음

프락시스의 믿음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6년 11월 15일(화) 14:55

100만 시민이 모였다.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에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성난 시민들은 '정권퇴진'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이 나라 전 국민은-현 정권을 지지하는 5%를 제외하고는-장소는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같은 구호를 외쳤을 것이다.

하물며 '터닝메카드'에 울고 '몬스터카드' 한 장에 웃는 8살 '초딩'들도 교실에서 '박근혜 퇴진'이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논한다고 하니 이쯤이면 세대와 계층, 이념을 넘어선 그야말로 국민대통합이 실현되는 순간이 아닌가 놀랍다.

물론 교계도 행동했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에 목회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본교단 목회자들은 이 날 기도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으며, 촛불 집회 행렬에 동참했다.

14일에는 시국기도회를 열고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들에게 사죄 할 것과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도록 간구했다.

그런데 이쯤되니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100만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교인들이 있을 것인가. 우리교회 우리교인도 함께였을 것이다.

집회에 대해 유난스럽게 떠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지역의 대형교회가 온 국민이 집중하는 사회문제에 침묵한 채, '우리는 죄인이며 회개 할 때 비로소 천국에 갈 수 있고, 사회도 제자리를 찾게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과연 복음 선포인지 궁금하다.

정부는 국민에게 실망과 패배감을 안겨주었는데, 성난 교인은 교회서도 위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그저 골방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울리히 츠빙글리는 1523년 10월 취리히에서 이렇게 설교했다. "전체 백성뿐 아니라 한 사람이 부당하게 고통을 받을 때 권력자에게 도전해야 한다. 권력, 힘, 수적우세, 테러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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