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실토실 알밤 같은 자

토실토실 알밤 같은 자

[ 기고 ]

이봉호 목사
2016년 11월 01일(화) 16:21

토실토실의 뜻은 각종 열매가 알이 가득차고 잘 여물어 보기 좋은 상태를 묘사할 때 쓰는 용어이며, 알밤도 역시 밤으로써 제 모습을 잘 갖추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요즘 알밤 줍는 재미에 푹 빠졌다. 새벽 예배(기도)를 마치고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은 이른 시간에 성전 옆 천생산 줄기에 딸린 주인 없는 밤나무에 가면 어김없이 알밤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본다. 기쁨으로 알밤을 하나, 둘 줍다보면 어느새 내 양쪽 주머니가 불룩해진다. 어느 날에는 윗 주머니 양쪽에 가득 채운 것도 잊고 양쪽 아래 주머니에도 가득 담길 정도로 알밤을 주워 담았더니 바지가 흘러 내려가는 줄도 몰랐다.

알밤을 줍는다는 재미에 다음날에도 누가 올까봐 한숨에 달려가면 알밤들이 아침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 반갑기만 했다. 이렇게 하루, 이틀, 사흘 계속해서 아침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토실토실 알밤들이 떨어져 나를 반겨 맞기 때문이 아닐까. 더불어 나에게도 '그놈'들이 반갑고도 좋은 것이 사실이다. 우린 이렇게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알밤을 주우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놈'들은 절대로 그냥 떨어지는 법이 없을 텐데. 다른 농작물과 과일들은 병이 들거나 잘못될 경우에 떨어지지만 알밤은 성숙되고 완숙될 때 떨어져 아침 나그네를 기쁘게 한다. 한마디로 이른 봄에 출발해서 그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뎌내고 비로소 결실의 계절 가을에서야 주인을 만나게 된다.

밤나무도 자연의 풍화 속에서 계절에 순응하며 잘 지내온 까닭에 토실토실 알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이란, 나도 알 수 없을 그 옛날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속에 만들어져 이 땅에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와 법칙에 따라 때로는 바람도, 비도, 햇볕도, 부모도, 형제 자매, 처 자식 등등을 통해 오늘의 토실토실 잘 익은 알밤같이 보기좋고 탐스런 인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알고 있다. 이러한 환경과 자연, 그리고 인생사 가까이 있는 소중한 한분 한분으로 인해 알밤 같은 사람이 탄생 될 것임을 말이다. 그러기에 자연을 거슬리며 살 것이 아니라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더불어 이젠 모두에게 감사하고 살자. 모두를 행복의 파트너로 생각하자. 이것이 밑천이 되어 오늘의 알밤 같은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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