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신앙이라면

삶이 신앙이라면

[ 목양칼럼 ]

이상은 목사
2016년 09월 20일(화) 14:01

해남 땅끝마을, 섬진강, 안동 하회마을, 의성 산수유마을, 통영, 진해 벚꽃축제, 매화마을, 영주 부석사, 군위 밤섬마을, 송정리 철도여행 등 매년 사순절이 끝나고 우리 교회가 다녀온 곳들이다.

우리 교회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강과 바다와 산과 마을을 찾아다녔다. 교회 식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풍광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크지만, 준비한 도시락을 나눠먹고 그 지역의 맛 집을 찾아 가보는 즐거움도 빠질 수 없다.

그 얘깃거리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 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이렇게 '함께 놀러 다니는(?)'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교회는 맨 날 어딜 그렇게 다녀?' '어떻게 그렇게 잘 놀아?'라는 말을 듣곤 한다.

지난 주 젊은 부부 두 가정이 교회를 나왔다. 처음 나온 사람들은 '교회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어떤 훈련을 하나요?' 대개 이런 질문들을 한다. 일하고 훈련 받고… 이것이 오늘날 크리스챤들의 의식(신앙)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어김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교회는 잘 먹고, 잘 놀아요. 일할 생각하지 말고 잘 노시면 됩니다." 그러면 교인들은 한 술 더 뜬다. "풀 뽑는 거, 불판(그릴) 닦는 거, 불 피우는 거, 그런 것들 잘 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나오지 않게 된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열심히 일하고, 훈련하고 해야 되니까….

이렇게 '일'이니, '훈련'이니 하는 개념에 매여 있는 크리스찬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은 아직도 '종 되려 한다'는 것이다. 종은 일 안하면 불안하다. 훈련받아서 더욱 일을 잘해야 한다. 물론 그런 것을 통해서 더 화목해지고, 사랑하게 되고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일 때문에 더 갈등하고, 분열하고 하나님과 더 멀어지는 것 같다. 훈련받아서 더 겸손해지고, 온유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교만해지고 더 종교적인 사람이 되는 면이 없지 않다.

어느 누구나 말하듯이, '신앙은 삶'이다. 삶이라는 것은 '일상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먹고, 자고, 놀고,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그런 것들…. 그렇다면 왜 우리의 신앙생활은 그냥 그렇게 '맛있게 먹고, 평안히 자고, 재밌게 놀고,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게 얘기하고….' 그 차원이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신앙은 삶'이라고 어느 누구나 말하면서, 어째서 그렇게 특별난 뭔가가 되려고 하고 죽어라 뭔가를 하려고 할까.

이제는 '종의 개념'에서 '친구의 개념'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하라, 하지마라'하는 율법(종교)적 차원에서 신앙적 차원으로 성숙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너희는 나의 친구'(요15:15)라고 하셨다. 친구 사이에는 '하라 하지마라' 그런 개념이 없다. 아무런 이해타산도 없는 가장 성숙한 관계가 친구관계다. 그래서 편안하고 자유하고 재밌고 즐겁다. 주님(성도들)과 이런 친구관계를 이루어 화목하고 즐겁게 재밌게 살아가는 곳이 교회가 아닌가.

그러면 나머지 것들은 하나님이 다 이루어주신다는 것이 아닌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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