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교회건축, 말이 됩니까?

불경기 교회건축, 말이 됩니까?

[ 목양칼럼 ]

전규택 목사
2016년 08월 23일(화) 11:34

어느 날 친구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전 목사, 신도시에 가서 목회할 생각이 있어?" "있지, 돈이 없어서 그렇지, 하고 싶어" "기다려봐. 내가 한번 추진해 볼께."

다음 날 현재 토지 가격의 60% 가격으로 410평의 신도시 종교 부지를 우리에게 넘기겠다는 교인이 있다고 알려왔다. 그 땅은 나뿐 아니라 많은 목회자들이 구입하고 싶어하는 좋은 위치의 땅이다. 좋은 기회였지만, 돈이 문제였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불경기에 교회 건축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맞는 말이다. 불경기고 한 푼의 돈도 없으니 말이 안되는 게 현실이었다.
기회가 좋았고 그 땅이 좋아 은행에 문의 해 보았지만, 제1, 2 금융권에서는 교회 대출을 안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은행에서는 교인들이 줄어들고 있고 교회가 쇠퇴해 가기 때문에 대출을 거의 안해준단다. 그런데 희망이 생겼다. 지인을 통해서 제3금융권에 부탁했는데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교회 건축이 시작되었고 건축위원들이 모여 이번 건축의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돈 있는 만큼만 짓기. 둘째, 교인들에게 헌금을 작정하지 않기. 셋째, 기쁨과 감사함으로 짓기.

2015년 9월부터 건축을 시작했고, 올 2월 중순부터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주일 많은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러 온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는 고백이 저절로 나온다. 이 불경기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으니 건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배당을 건축하고, 교인들이 많이 모인다고 좋은 교회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장로님들과 '어떻게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워갈 수 있을까?'란 기도를 하다가 우리의 체질과 페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교회의 방향성에 대해 장로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계속 가졌다.

장로님께서 "우리 교회는 '가고 싶은 교회, 재미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장로님에게는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데 그 아이가 우리 교회가 가고 싶은 교회, 재미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교회, 그들이 교회에 와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교회라면 좋은 교회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포에서의 20년, 우리 교회가 김포한강 신도시에 들어온 지 6개월이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교회이기에 교회의 모든 시설을 이웃에게 조건 없이 개방했다. 새로 입주할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 모임, 지역 합창단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교회 주차장도 개방하고 있으며 본당에서 24시간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한사람'이 상처 안 받도록 목회적 차원에서 배려하고 그들을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건강한 교회, 성숙한 교회'가 목회철학이다. 신앙은 건강해야 하며 동시에 성숙해야 한다. 건강하기 때문에 내 교회, 내 교인, 내 가족 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사고를 뛰어 넘어 이웃을 배려하고 그들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태도를 지향해야만 한다.

오늘도 지난 15년간 미생물(E.M)을 투입하여 살려놓은 계양천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조류생태공원을 돌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질서 세계를 회복하는 사역을 한다. 오후에는 나눔을 위한 '333 닭 키우기 프로젝트'를 체크한다.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기에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우리들이 해 내야만 하는 사역인 것이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 아래서 목회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더 새로운 기회가 나에게 주어짐을 믿고 '뚜벅이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