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 이후

브렉시트 투표 이후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6월 29일(수) 11:57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최근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가 세계 경제에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세계 경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영국은 40년 가까이 EU의 핵심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왜 지금에 와서 뜬금없이 '브렉시트'가 대두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한 난민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시리아와 아프리카를 탈출한 난민들의 일부가 다른 EU 국가들을 통해 영국으로 유입되어 국민적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대규모 난민사태는 과거에도 있었다. 80년대에 이란의 혁명으로 인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고, 1990년대에는 동구권 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봇물 터지듯 난민이 EU로 쏟아져 들어왔다. 당시 영국과 EU는 '역내 자유로운 인력 이동'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수년간 지속된 유로화 위기에서 원인을 찾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유로존 소속이 아닌 영국은 그리스와 달리 자율적으로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소견으론 유럽공동체 위기 원인은 통합의 주요 동력이 사라진 데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의 통합을 경제적 통합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럽 통합의 가장 큰 동력이 정치적인 데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전쟁으로부터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정치, 사회적 열망이 유럽 통합의 진정한 동력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대량 살상무기가 투입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는 총 60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쟁이 끝나고 유럽이 공유한 가장 큰 가치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전쟁의 가장 큰 위협이 유럽 내부에 있었기에,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침범할 수 없도록 운명공동체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비교적 실행이 분명한 경제 분야가 우선 통합의 대상이 됐다. 1951년 전쟁물자를 공동으로 관리하기 위해 출범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EU의 시초였다. 이후 관세동맹, 단일시장 그리고 화폐연합으로 발전하면서 유럽 각국은 점차적으로 주권을 포기했다. 그만큼 평화와 공동의 번영이라는 목표는 절실했다. 

현재 유럽의 정세를 볼 때 내부에서 전쟁의 위협이 발생하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곳에서는 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의 폐해를 몸소 체험하지 않은 첫 세대들이다. 이들 중 그 누구도 과거 드골이나 아데나우어 또는 윈스턴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유럽 통합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 원고를 집필하는 시점은 브렉시트의 투표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유럽 통합에 반기를 드는 사건은 앞으로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것이다. 이는 가장 안정된 선진국들의 집합인 유럽이 앞으로도 계속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님께서는 하늘을 보고 날씨를 분별하는 것과 같이 시대의 흐름과 표적을 분별하라고 하셨다(마 16:3). 개인과 정부 모두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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