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자

2차 피해자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6년 06월 21일(화) 16:38

최근 한 섬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다. 학교 관사에서 생활하는 여교사가 피해자이고, 가해자는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 주민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도서 벽지 에서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부터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또 다른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그냥 가볍게 넘기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생각해 봐야 할 내용으로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이다. 어린 학생들은 졸지에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섬마을에 들이닦친 사람들로 부터 상처를 입는 피해자가 되었다. '알권리'를 총족시켜 주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것만을 목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 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이 알려 지면서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이 발생한 학교와 그리고 주민들이다. 각 언론의 기자들은 앞다투어 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속보 경쟁을 했고, 때로는 취재 내용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주민의 말 한마디가 거두절미 하고 보도되면서 당사자가 곤혹을 치뤘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기자들은 카메라를 학생들에게 들이대면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언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자구책을 내어 놓기도 했다.

분명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공부하던 어린 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며,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2차 피해도 있다. 바로 교단에서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여선생님들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재발방지 책으로 더이상 섬마을에는 여교사를 파송하지 않겠다는 정책아닌 정책을 내어 놓았다. 이미 도서 벽지에는 3000명의 여교사가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교육 현장은 남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내놓은 정책이 시행이 된다면 여교사의 자리를 남교사로 채워 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임기응변일 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밖에도 2차 피해자는 더 많다. 섬을 찾아 오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도 있다.

우리 교회 현실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자. 교회는 지금 이런저런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교회와 노회가 크고 작은 분쟁으로 인해 홍역을 앓는 중이다. 가해자가 누구고 피해자가 누구이기를 따지기 전에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2차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봐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피해자는 가해자도 아니고 1차 피해자도 아니다. 이들 때문에 교회에 등을 돌려야 하는 교인들이다. 작은자 중 하나를 실족해 하면 연자맷돌 목에 매어 바다에 던지는 것이 낫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새삼 두려움으로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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