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이야기

네트워크 이야기

[ 목양칼럼 ]

김영진 목사
2016년 06월 21일(화) 16:32

커피를 도무지 몰랐는데, 어느새 깊은 관계(?)를 맺기에 이르렀다. 커피와 깊은 사이가 된 것은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매개체의 기능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커피가 워낙 보편화 되다 보니, 농촌에서도 커피 한 잔에 말문이 트이고 편한 자리가 된다. 커피를 알아가면서 다섯 농촌교회 목회자가 즐겁게 커피 마실 공간을 만든다고 나선 것이, 지금은 함께 지역 자원을 네트워킹하는 일을 하게 됐다.

힘을 모아 시온교회 바로 옆에 있는 아담한 신죽리수목원에 커피 마실 공간과 다섯 농촌교회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할 농산물직판장을 만들었다. 이 수목원은 시온교회 이원갑 장로의 소유인데, 지역과 농촌교회를 위해 개방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농촌교회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도시의 소비자들을 농촌으로 부르고, 지역의 좋은 자원을 연결해서 동반 상승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지역 자원을 네트워킹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보령이라는 지역 이름을 브랜드로 한 보령커피와 마찬가지로 보령 이름을 딴 보령유기농우유, 그리고 신죽리수목원 숲 체험센터를 묶어서 보령 커피 벨트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신죽리수목원 숲은 각 학교 진로체험 지원 장소로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커피 향기 날리면서 미시적 마을 관광을 진행하는 일이다.

미시적 마을 관광이란, 농촌 자체가 볼거리라는 바탕에서 모든 농촌 자원을 여행지로 제공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농촌교회가 활용하는 셈이다. 학생 수가 적은 농촌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헤집으며 뛰어노는 모습만으로도 도시에서 온 여행자들은 감동을 한다. 수목원 내 단풍나무 숲 속 커피 한 잔은 외국에 온 느낌을 받는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친환경 시골 밥상은 그 자체를 여행을 통해서만 먹을 수 있는 보약으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시간별 바닷가 풍경은 무척이나 근사하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섬도 있다. 건강한 농수산물은 덤이다. 미시적 마을 관광은 농촌교회들과 연결해서 더욱 구체화할 생각이다.

오늘 우리 농촌은 여러 상황이 어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협력하여 건강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도 네트워킹을 통해 고용 창출과 농산물 판매 및 소득의 동반 상승을 이루는 길은 더디더라도 가야 한다. 이런 일은 단순한 사업(?)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 선교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로, 그동안 농촌교회가 오래도록 소통해 온 지역선교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도 이런 일을 계획하거나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거시적인 측면이 크다. 성과 위주의 정책은 결국 기업형 경영체 외에는 감당하기 어렵다. 작은 농촌교회가 소농들과 어울려 지속할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찾는다면, 그것은 '연대의 공동체적 관점'을 형성하는 일이다. 농촌의 기반이 원래 미시적 연결고리의 선상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이제 한편에서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농촌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대한다는 것은 같아지자는 것이 아니다. 다르므로 그 다른 것으로 서로 부족함을 채우고 함께 가자는 것이다. 가끔 졸업식장 같은 곳에서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들을 기회가 있다. 저마다 장래 희망이 다르다. 그런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즐겁다. 그 다른 희망이 모여서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란 기대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다르므로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나눌 즐거움을 만드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농촌교회의 꿈도 그렇게 커나간다. 커피 한 잔에서 네트워킹의 실마리를 끄집어낸다. 다르면서도 같은 농촌과 도시가 한자리에 앉는다. 천천히 수목원을 거닐고 마을 여행을 하고, 위로와 격려의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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