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마을이야기

[ 목양칼럼 ]

김영진 목사
2016년 06월 16일(목) 10:14

요즘 관심의 상당 부분이 협동과 마을에 가 있다. 알다시피 이 모두의 기반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공동체다.

마을은 처음부터 짜임새가 잘 갖춰진 곳은 아니다. 때론 느슨하고 때론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사람이고 관계이다.

공동체의 유익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시온교회에 가끔 마을과 지역공동체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이 찾아온다.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일을 조금 하다 보니 부끄럽게 소문이 부풀려 난 것 같다.

평범한 마을을 둘러보며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방문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관계를 이어간다. 마을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와 더불어 요즘엔 네트워크 공동체도 생각하게 됐다.

몇 년 전에 시온교회 들꽃마당에 '김도희작은도서관'이 들어섰다. 인터넷으로 도서관 이름을 검색하면 도서관이 세워진 과정을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도서관이지만, 김도희작은도서관의 사연을 알고 곳곳에서 책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책 사이에 넣은 편지 한 장을 통해서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넓은 공동체를 느낀다. 얼굴도 모르고 어떤 의무감도 없지만 슬픔을 사랑으로 함께 나누어 가지려는 공동체 정신이다. 서로를 연결하는 이 공동체 정신에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찾는다.

농촌교회는 마을 일부분이다. 교회는 마을 구성원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시온교회는 작은 교회지만 구성원들이 가진 감성을 통해 농촌의 감흥을 두드리고 나아가서 농촌에 깃들어 있는 문화를 끄집어내 마을의 가치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본래 농촌의 모습 자체가 훌륭한 문화라는 깨달음 속에 그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농촌 선교의 시작이라고 여겨서 문화적 접근에 미미하지만 나름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온교회는 규모와 재정이 열악해서 눈에 보여줄 수 있는 일을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마을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한 교우들이 큰 힘이 된다. 농촌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갖는 한 사람의 영향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교우들을 통해 깊이 배운다.

목회가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마을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특히 농촌교회 목회자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업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마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동질성과 이질성을 확실히 알지 못한 채 스스로 오해에 빠진 목회는 농촌 생활을 힘들거나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지루하거나 할 일이 별로 없는 목회에 동기부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일 것이다.

우리 교단은 아니지만 가까운 지역에 장로교회가 하나 있다. 교인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인데 활기차게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결코 마을을 떠나지 않겠다는 다부진 목사와 늠름하게 마을 이장을 하는 목사 부인의 모습이 마을을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갖은 일을 만들어 내는 목회는 보는 사람도 즐겁다. 그들을 보면 마을에서 이뤄지는 목회가 아름다운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본래 마을은 전래적이고 자생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마을은 자본의 힘으로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을 느끼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함께 삶을 나누는 공동체의 터전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전환의 시대이다. 농촌의 위기는 새로운 생명 시대로 나가는 기회라는 인식 속에서 농촌교회는 마을과 함께하는 새로운 선교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랑을 바탕으로 마을을 껴안으며, 그 가치를 키워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즐거운 상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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