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사님들의 명예로운 삶

은퇴목사님들의 명예로운 삶

[ 기고 ]

강흔성 목사
2016년 05월 31일(화) 15:48

최근에 우리 교단에서는 은퇴 목사의 노회 정회원권에 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전국은퇴목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은퇴목사 권리회복을 선언했고 전국 노회에 총회 헌의안으로 상정해 달라는 로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안건에 대해서 이미 기독공보에서 두 원로목사님들의 찬반 양론이 있었지만 현역 목회자의 한사람으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은퇴목사의 정회원권 문제는 몇 년 전에 이슈가 되었던 목사의 정년 연장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70세로 된 현행 목사의 정년을 75세로 연장하자는 안건에 대해 지난 94회 총회에서는 987대 43으로 부결이 되어 안건이 폐기 되었다. 총회에서 목사의 정년연장 건이 압도적으로 부결된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현명한 현실인식 때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직장인들의 희망퇴직 시기는 63세지만 실제 은퇴예상 시기는 57세였다. 더구나 오륙도 사오정이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이 조기은퇴와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현상에서 75세 정년 연장은 시대를 역행하는 몰염치한 발상이었던 것이다.

정년 연장은 일부 현역목회자의 요구에서 출발했고 은퇴목사의 정회원권 회복은 은퇴목사의 요구라서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같은 정서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은퇴목사회가 노회의 정회원권을 요구하는 근거는 우선 미국장로교회와 캐나다연합교회의 헌법을 예로 들면서 노회원으로서 사망시까지 발언권과 투표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사회는 일반적으로 정년퇴직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연령 때문에 강제퇴직을 당하지 않는다.

미국만 하더라도 1967년에 제정된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법'에 의해서 나이보다 능력에 기초한 고령자 고용을 증진하고 고용에서 자의적인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 장로교회도 이러한 사회적 법적 인식에서 목사가 평생 노회의 정회원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서구와는 그 사정이 다르다. 법이나 제도는 그 사회나 공동체가 충분한 현실인식이나 미래예측을 위해 만든 사회적 합의이다. 그래서 1970년 55차 총회시 은퇴목사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발언권만 존속시킨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은퇴목사회가 투표권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현역목사들은 염려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은퇴목사가 노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면 그 자체가 정치적 행위가 된다. 은퇴를 하셔서 직책은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투표권을 통해서 노회와 총회에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거기에 어른과 선배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1표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은퇴목사가 노회의 정회원이 되면 지교회에서 은퇴장로들도 투표권을 요구하며 당회에 참석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집사나 권사도 은퇴 후에 투표권을 요구하며 제직회나 공동의회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일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되면 교회나 노회는 은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왜냐하면 투표권이 나중에는 피선거권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목사님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교회의 규모에 관계없이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이루신 분들이고 평생 교회만 바라보고 사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가정보다 교회를 더 우선시하고 내 가족보다 성도를 더 귀히 여기며 교회를 세우신 분들이다. 교회를 위해 청춘과 일생을 불태우신 분들이 어찌 교회를 떠나고 싶어 하시겠는가. 돌아가실 때까지 교회와 성도 특히 후배 목사들은 은퇴하신 목사님들을 잘 모시고 존경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노회의 정회원이 되어서 투표권을 행사하시는 은퇴목사님보다 뒤에서 교회와 노회와 후배목사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은퇴목사님이 훨씬 더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투표권을 행사하시는 열정보다 후배목사들의 등을 한번 두드려주시는 사랑이 훨씬 명예로운 삶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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