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신앙 정체성 흔들...세속적 방법에 치우친 교육

부모의 신앙 정체성 흔들...세속적 방법에 치우친 교육

[ <연중기획> 신앙의 대잇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 자녀의 신앙을 왜 방관할까?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6년 05월 30일(월) 10:29

"자녀 신앙, 부모의 신앙에 달렸다."
그럼에도 자녀의 신앙생활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아들이 주일에는 꼭 학원에 가야 한다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어요. 학원 가지 말고 교회 가라고 하기엔 성적이 걱정되고, 교회만 강조하기엔 본이 되지도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요. 결국 아이들은 무분별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저는 방치하는 것만 같아서 부모로서 죄책감마저 듭니다." 

중2 아들을 둔 40대 후반, 한 가장의 고민이다. 아버지는 성적 때문에 자녀의 신앙생활을 방관하는 것 같아서 늘 마음이 무겁다. 공부보단 신앙생활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느끼지만, 실제 자녀들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 아버지는 그저 자녀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면서 공부도 잘하고 신앙생활도 게을리하지 않는 착한(?)자녀를 기대할 뿐이다. 

이처럼 자녀들을 바라보는 우리 부모들의 걱정과 고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학교 위기론이 부각되면서부터 그 고민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특별히 이를 우려하는 한국교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이제 '신앙의 대잇기'는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자녀와 부모, 목사와 교사가 지혜를 모으면 넘지 못할 산도 아니다. 

지난해 장신대 기독교 교육학과 5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세미나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 같은 문제의 철저한 분석이 있었다. 신앙의 대잇기 핵심 방안인 교회교육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을 묻는 말에 '가정의 신앙교육 부재'가 1위를 차지했다. 이를 이어 '부모의 세속적인 자녀교육관', '부모들의 신앙 저하'도 심각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결국 자녀들의 신앙생활이 부모세대와 가장 밀접하다는 주장, 수많은 연구와 논의로 명백히 드러났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자녀의 신앙생활을 위한 부모의 중요성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두말하면 입이 아프게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부모들은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특별히 30~40대 부모가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한발 떨어진 곳에서 묵묵히 바라만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이에 대한 원인을 △믿음의 가정에서 신앙교육의 부재 △부모들이 세속적 방법에 치우친 자녀 교육관 △부모들 자체의 신앙 저하로 영적 교육에 관심이 감소한 것 등을 손꼽았다. 결국 기독교 부모의 정체성 혼란은 갈팡질팡 확신 없는 신앙의 형태를 형성했고, 교회와 집에서 보이는 이중적인 신앙의 자세는 자녀들에게 모델이 되지 못할 만큼 건강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정과 교회, 그리고 학교가 연계하지 못한 불균형 교육체계는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신앙교육은 온전히 교회가 책임져야 할 것처럼 인식하는 부모들의 방관된 자세, 그리고 먹고 사는 의식주와 같은 사회적(학업, 경제) 요소에 대한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한 증상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신형섭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그동안 부모들은 가정 안에서 자녀들과 예배할 수 있는 부분마저 놓쳐왔다. 실제로 가정에서 예배드리자는 말조차 멈춰버렸다"고 분석하며 "신앙은 가르치는 것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부모의 삶 속에 육화되어 자녀들에게 보일 때 뿌리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를 위한 부모와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모는 자녀들의 신앙의 대잇기를 위한 일차적 책임자, 주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양육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교회는 부모를 자녀의 양육자로 세우기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의 삶과 관계된 가정과 일터 안에서도 전인적 차원의 삶을 감당하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동안 부모들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신앙교육의 자세가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신 교수는 현재 부모들에게 "'개인적 회심에 이어 부모로서도 회심했습니까?, 자녀들의 진학, 성적, 취업 등 다양한 문제 앞에서도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이십니까?'라고 질문하고 싶다"며 "자녀를 돌본다는 것을 자녀들의 영적 상태를 돌보고, 신앙을 전수한다는 영역으로 인식한다면 부모가 가정에서 진정으로 자녀를 돌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부모들이 부끄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 교수는 "역사적으로 스코틀랜드 청교도 같은 경우에는 헌법으로 가정 안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거나 예배를 인도하지 못한 아버지는 치리하고, 서서 예배드리게 하는 헌법이 실제 있었다"며 "한국교회 부모들도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교회의 영역으로만 여기고 있지 않는지, 가정 안에서 믿음의 모델로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결 말씀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지 못하고(신6:4-9)" 있는가? 그럼 우리의 자녀를 돌보지 못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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