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의미

'님'의 의미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6년 05월 25일(수) 11:22

'님의 침묵(沈默)'이라는 시가 있다. 일제 시대에 쓰여진 대표적인 저항시로, 저자인 한용운은 3.1운동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에 한분이다. 이 시에 대해서는 사족을 달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애송하는 시이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이 시는 단골 시험문제였기에 달달 외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문학을 전공한 경우는 이 작품을 놓고 인물론이니 작품론이니, 시대상이니 등등을 거론하며 과제물을 제출하기도 한다.

님의 침묵은 이렇게 시작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산빛을 깨닫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학창 시절에 받아든 국어 시험 문제지에는 시 전문과 함께 "'님'은 무엇을 지칭하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물론 정답은 '조국'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님은 조국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로도 해석하기도 한다.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어머니'를 의미하며, 종교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신'으로 받아들여지며, 사랑을 하는 연인에게 있어서는 '연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님'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이 이어졌다. 5.18광주민주항쟁을 상징하는 노래로 불리어 지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논쟁이다. 이 노래를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에서 합창하는 정도에서 끝날 것인지,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각계의 다른 생각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노래에서 나타난 '님'이 누구냐는 자의적인 해석을 하면서 이념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뜨겁게 달아 올랐으며,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논제가 되기도 했다. 또 기념식 당일까지 이어져 결국 일부 인사들이 문제를 지적하며 기념식장에 참석하지 않는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결과는 공식적인 제창은 무산되고 합창단이 합창을 할 때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도록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면서 기념식에서는 합창단에 의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연주되자 참석자들이 함께 노래했다. 그러나 영상에 비췬 정부 관계자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제 중 주목해야 할 내용이 또 있다. 바로 '국론'이다. 이 노래를 제창한다면 국론분열을 가져 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창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소통이 부재한 때에 국론분열이 아닌 국론통합을 앞세워 제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님'에 대한 내용 해석부터 국론에 대한 운운까지. 결국 이 논쟁은 국민들과는 관계없는 정치권의 싸움에 불과하다. 민주화를 위해 피흘린 사람들을 생각하며 불려지는 노래가 왜 정치권의 화두가 돼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한 현실을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렸던 수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우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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