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대상, 분명한 원칙과 판단 기준 세울 것

사면 대상, 분명한 원칙과 판단 기준 세울 것

[ 기고 ]

임준식 목사
2016년 05월 25일(수) 11:20

필자는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섬기던 중, 이단 문제를 처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이단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둘째, 이단을 규정할 때는 교리라는 본질에 따라야지 비본질적인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과거에 이단으로 규정되었지만 현재 바른 신앙과 교리로 회개하고 총회의 가르침을 따르면 이단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원칙들은 필자가 존경하는 증경총회장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필자 나름으로 정리한 것이다.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2년을 섬기면서 넷째 원칙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원칙부터는 쉽지 않았다. 이것은 이대위 위원들이 결정하기에 앞서서 신학교수들로 이루어진 전문위원들의 몫이다.

신학을 전공한 교수들에게 있어서도 무엇이 본질이고 비본질인지 가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특히 전문위원들이 외부의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고 순전하게 연구하고 판단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위원장으로서 매우 큰 숙제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셋째 원칙이었다. 우리 교단이 지금까지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이나 집단은 40건을 넘는다. 그 중 다수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이단이겠지만 둘째 원칙에 어긋나게 이단으로 규정된 것도 없지 않을 것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비본질적인 문제로 이단으로 규정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억울하게 규정되거나, 아니면 인간의 무지와 실수로 인하여 이단으로 규정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교단이 그들에게 무지막지한 불의를 행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혹시 우리 교단이 한국교회의 경찰 역할을 자임하면서 수많은 이단규정을 내리는 가운데 잘못 실수하여 무죄한 자를 영적 사형에 해당하는 이단으로 규정한 경우가 없었을까를 생각하며 마음에 심한 괴로움을 느낀 날이 적지 않았다.
필자는 또 위원장으로 있을 때 두 가지 상반되는 큰 사건을 접했다.

하나는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 이단으로 규정되었으나 재심을 통해 이단에서 해제양기로 한 경우이다. 전자의 사건은 당사자가 이대위의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하여 정치적으로 접근해왔다. 교단의 유력한 인사들을 통하여 집요하게 이대위를 교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마침내 총회 재판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면직출교로 선고되었지만, 해당 교회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위의 결정대로 신속하게 진행하였더라면 교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전문위원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바람에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일까지 있었으니 애석하기 이를 데 없다. 앞으로 이단 연구의 순수성을 위하여 전문위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대책의 필요성을 깊이 느낀 사건이었다.

다른 하나의 사건은 20여년 전 이단으로 규정된 사람에 대한 재심사건인데, 전문위원들이 속한 연구분과에서 이단해제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대위 안팎이 술렁이게 되었다. 100회 총회는 이단 문제에 대하여 특별사면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동안 억울하게 이단으로 규정된 사람과 집단에 대하여 구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위원회는 사면 대상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원칙과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한국교회의 이단 문제에 대하여 처리하는 규범을 명확하게 제정할 필요성을 느낀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사면을 받기 위하여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인맥과 금품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단을 규정하거나 해제하는데 암암리에 막대한 금품이 오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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