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그리고 구조조정

난파 그리고 구조조정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5월 18일(수) 08:38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바다를 운항하는 모든 선박도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국제 협약에 따라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선박은 책임보험에 가입해야만 국내외 항만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공식적인 이유는 사후 손실의 관리에 있다. 대형 선박이 좌초하면 화물이 유실되는 것 이상의 손실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조선이 좌초하여 기름이 바다로 유출되면, 해양 생태계에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큰 손실을 안긴다. 만약 선사가 복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이라도 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납세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기에, 사고 뒤처리를 위해서 보험 가입은 의무 사항이다. 

선박보험이 의무인 더 실질적인 이유는 해운 사고의 사전 예방에 있다. 사고시 대규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해운사가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수밖에 없다. 즉, 보험가입을 통해 보험사와 해운사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사전에 해양 사고의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시장경제의 핵심 원리 중 하나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공동체에 전가하면, 그 사회는 공산주의가 된다. 

불과 수년 전 우리는 공산주의 깃발을 건 선박들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들이 누적되면 국민경제라는 거대한 선박이 난파하여, 결국 침몰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준 것이었다. 

성경도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출애굽기에서는 자신의 소유물이 이웃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 철저히 배상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출 22:1). 우리는 '이웃 사랑'과 '나의 잘못을 공동체에 전가하는 행위'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최근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 규명이 등한시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의 부실을 메꾸기 위해 한은의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수조 원대 부실을 일으킨 책임을 규명하지 않은 채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위기를 모면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기업의 부실을 떠안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구조조정에 자금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한은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직접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부실의 발생과정과 책임관계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무책임과 부실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만 비로소 우리 경제가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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