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이후를 준비하자

구조조정 이후를 준비하자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5월 18일(수) 08:30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한때 우리나라 외화벌이의 첨병이었던 기간산업들이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에만 3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대부분의 조선사가 경영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해운업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자칫 잘못하면, 국내 1, 2위 해운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경제활력은 하락 일로에 있다. 올해 성장률이 2%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잠재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2%포인트나 하락했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견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해 국민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총선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야당도 그 취지에 동감하는 분위기여서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실, 경쟁력 없는 산업의 구조조정은 시간과 방법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신속히 구조 개선이 이루어지면 투입되는 자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부실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필요한 공적자금의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실업이다. 일각에서는 실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달콤한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조조정의 핵심에 인력 조정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요 감소가 위기의 주원인인 상황에서, 인력 감축 없는 경영 효율화만으로 기업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주목할 것은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동남권 조선업계에서는 벌써 지난해 1만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직장을 잃어도 다른 기회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재취업 자체가 어려워진 현재, 실업은 당사자들에게 더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 중인 대규모 산업구조조정은 우리 사회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산업화의 격변기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 필자는 교회에서 빵과 우유를 얻어먹었다.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한 적은 없었다. 내가 다녔던 교회는 평범했지만, 그곳에는 항상 진정성이 느껴졌다. 비록 부모님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셨지만, 난 교회 행사 때 먹을 것을 얻어오기도 했고, 어려운 일로 앞이 캄캄할 때는 혼자 본당 앞에 꿇어 엎드려 울며 기도하기도 했다. 교회는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유례없이 혹독한 구조조정의 한파가 불고 있는 지금이 교회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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