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탁아소,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주중에는 탁아소,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 땅끝에서온편지 ] <7> 방무앙탁아소

홍경환
2016년 05월 11일(수) 10:33

방무앙교회는 재해마을 입구에서 탁아소 사역으로 시작된 교회이다. 재해로 가족 중에 한 사람을 잃어버린 남편이나 아내들은 자기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찾아다니며 돕던 구호사역도 이제는 한곳에서 복음과 함께 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을 먹고 기도하던 때에 예비하신 한국 교회를 통해서 땅을 허락해 주셨다. 그 땅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자 구석구석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크리스천 봉사자들은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이 천막교회로 찾아 왔다.
 
미국 메인주에 있는 뉴라이프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도 이때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앞으로 보름 정도 더 머물다 돌아갈 것인데 필요한 건물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마침 주중에는 탁아소,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쓰일 건물을 위해 기도하던 때였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교회당의 크기와 모양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날 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조감도 한 장을 만들어 전해 주었다. 몇 가지 더 물어보고 약간 수정한 것 이외에는 전해준 그림을 가지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개인장비들을 허리에 두르고 일하는 그들의 모습은 모두 숙련공 같았다. 그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건축으로 도우며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예배하는 교회라고 자기 교회를 소개했다. 함께 온 담임목사도 배관공이었다. 그들은 탁아소 바닥기초공사와 기둥까지 세우고 덤으로 아이들을 위해서 그네까지 하나 만들어 주고 떠났다. 이렇게 이들이 마련해 준 기초 위에 미국 웨스트체스터한인교회의 도움으로 탁아소를 곧 완공하였다. 그리고 이 건물은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주중에는 탁아소로, 탁아소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조금 더 큰 어린이들의 방과후교실로, 저녁에는 전도공연장소로, 밤에는 선교팀의 숙소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재해복구 사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필자도 덩달아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마치 후원자들의 손길을 그들에게 신속하게 전해주는 것이 내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며 다녔다. 그러던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남캠마을에서 한 여인을 만나고는 내가 전해 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 주는 물품들을 챙겨 받기에 정신이 없을 때에 이 여인은 부서진 집에 등을 기대어 서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왜 나누어 드리는 물건을 받아가지 않느냐고 말하며 챙겨온 물품을 전해주려 했지만 그는 대꾸도 하지도 않고 전해주는 물건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가 조금만 더 손을 꼭 붙잡아 주었더라면 자기 딸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대화를 나눈지 얼마가 지난 후였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것도 아니면서 내 것처럼 건네주며 가벼운 말로 위로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전해야 할 것을 전하지 않은 죄책감마저 들었다. 내가 정작 이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것이 잠시 사용하다 버릴 이런 물건들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복음이고 천국의 소망이며 하늘의 위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은과 금은 없지만 내게 있는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해 줄테니 그의 능력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외쳤던 베드로처럼 그들에게 전해야 할 것은 예수그리스도였다. 그들이 당한 이 고통과 위기는 하나님이 주신 복음의 기회였다. 때로 우리는 현지인들에게 베푸는 다양한 도움들을 선교라고 생각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증거 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선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고 영원한 생명이 오직 그 복음 안에 있기 때문이다.

홍경환 목사/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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