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표본 '갑질'

불평등의 표본 '갑질'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6년 05월 10일(화) 15:59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갑질'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사용하고 있다. '갑질'은 순위의 첫 번째를 뜻하는 '갑(甲)'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 '질'을 붙여 구성된 말이다.

이 갑질은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갑ㆍ을 관계에 있어서 우위에 있는 갑이 아래에 위치한 상대방 을에게 부당한 행동을 할 경우에 '갑질'이라는 표현을 쓴다. 직장 내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최근에는 기업들 간에도 하청업자에게 갑질을 하는 사례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항공사에서 발생한 일명 '땅콩회항'이라는 사건이 갑질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갑질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교회내에서도 갑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직장에서 나타나듯이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교회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교회에는 담임목사와 부목사, 그리고 부목사들 사이에서도 전입순이나 선후배 관계를 따져 서열이 매겨지는 경우, 담임목사와 당회원(교인), 부교역자와 교인의 관계 등등. 물론 때에 따라 갑과 을이 바뀌기도 한다.

담임목사가 교회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이사회에서 월급 사장을 선임하듯이 당회가 마치 목사를 고용한 것과 같은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또 부목사의 경우 1년 단위로 당회의 허락을 받아 노회에 청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임목사와 당회의 갑질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당회가 구성되지 않은 담임목사 또한 3년마다 제직회의 투표로 연임을 허락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갑의 위치가 아닌 을의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목사의 경우 위임목사를 제외한 대부분이 '을'의 위치에 놓여 있는 임시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목회 현장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목회 현장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냉장고의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는 유머가 정답이었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의 정답은 "부목사를 시킨다"이다. 위임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를 우습게 표현한 내용이지만 목회 현장의 현실이 씁쓸하다.

부목사들은 연말이 다가오면 초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하루 아침에 임지를 사임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교세 감소현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력서를 제출해 보지만 쉽게 임지를 찾기가 녹록지 않다. 시무하던 교회로부터 하루 아침에 사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개척이 아닌 후임으로 위임목사가 된 경우에 갑은 당회(장로)가 되고 위임목사는 을이다. 그나마 부목사의 위치 보다는 안정적이고, 때로는 버틸 수 있는 위치이지만 당회에 맞서서 대응하기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교회의 고소고발이 줄을 잇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임'이라는 명칭이 무색한 경우도 많다. 때로는 목사와 장로의 갑을이 바뀌기도 한다.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한 위임목사가 당회원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보게 된다.

교회 내에서까지도 '갑을'을 이야기할 수밖에는 없는 현실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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