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땅끝에서온편지 ] <5> 팡아크리스천센터

홍경환
2016년 04월 29일(금) 10:36

2004년 말 쓰나미로 644명의 태국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한순간에 고아가 됐다. 태국 정부도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떻게 이들을 도울지 방법을 쉽게 찾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총회사회봉사부의 신속한 지원으로 도움이 필요한 팡아도의 재해지역 어린이들을 돌보는 사역을 시작하였다. 생각하지도 못했고 준비하지도 못한 사역이었지만 이런 저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두 명으로 시작한 아이들의 수가 25명으로 금새 늘어났고 미취학 어린이들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이 낯선 아이들과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에서 24시간을 함께 지내던 일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엄두가 안가는 일이었다.
 
마가렛이라고 하는 은퇴한 미국 여선교사가 크리스천스쿨을 하려고 오래전에 사놓은 부지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였다. 도심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땅이었다. 유치원 용도로 짓다만 폐허가 된 건물을 보수하고 바깥으로 식당만 덧달아 내어서 급한대로 사용하였다. 시내와 얼마 멀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와 수도시설이 좋지 않았다. 우물을 파도 좋은 물을 구할 수 없었다. 전기도 자주 끊어지기가 일쑤였다. 전기가 끊어지는 날에는 모든 걸 멈추고 일찍 재우면 그만이지만 가끔씩 물이 안 나올 때면 단체로 아이들을 차에 싣고 근처의 주유소에서 눈치를 보며 씻기곤 하였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 이런 일을 당하면 아예 뒷산에 있는 폭포에 가서 아이들을 풀어놓아 씻기기도 하였는데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신나는 시간이 되었다. 함께 사역할 현지인 부부 사역자를 찾아 동역할 때까지 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감당해 주어야 했다.
 
바람 잘 날 없는 것 같은 날들을 긴장하며 지내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 했다. 해(年)가 두 어 번쯤 바뀌고 숙소도 새 건물로 이전하게 될 즈음 아이들도 안정을 찾는 듯 했다. 시작할 때부터 빼먹지 않았던 아침 저녁의 경건회를 통하여 맡겨주신 이 아이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날마다 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며 이들의 삶에 하나님의 꿈을 싶어주고 싶었다. 꿈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이 나를 통해서 영광을 받으시게 될 '비전의 꿈'과 한순간 허무하게 사라질 '욕망의 꿈'이 있다고. 그리고 그 욕망의 꿈은 내 스스로 철저히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비전의 꿈은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반드시 함께 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하나님이 아닌 선교사의 하나님을 대신 믿어주는 듯했다. 센터 내에서는 기도도, 찬양도, 성경암송도 잘 하지만 센터 밖에서는 스스로를 자신 있게 드러내지 못하였다. 조급한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스스로 하나님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복음을 전하고 물을 주도록 부르심을 받은 이가 뿌리면 싹이 날까 자랄까 걱정하여 우물쭈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실망할 필요도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맡길 뿐이다.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사람을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분은 오직 주님밖에는 없기에 말씀이 그 마음을 감동시켜 주시도록 가르치고 기다려야 함도 알게 되었다. 종은 그저 맡겨주신 일만 하면 되고 나머지는 하나님이 친히 알아서 행하실 것이다.
 
예수님도 세상에서 계실 때 사람들 가운데 살았으며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 하셨다. 예수님의 선교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서(for)'였지만 언제나 그들과 '함께(with)'하는 선교였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홍경환 선교사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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