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하게 하는 교회

화목하게 하는 교회

[ 목양칼럼 ]

엄대용 목사
2016년 04월 12일(화) 15:20

필자가 처음 교회에 부임해 전도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이들을 위해 솜사탕 기계도 구입하고 팝콘 기계도 구입해 주일에 운영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솜사탕 만드는 목사!' '팝콘 튀기는 목사!'라는 소제목을 붙여보리라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고 우습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을 하였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 시내와는 거리가 있고, 문중 마을 속에 있다 보니 전도에 한계가 있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리고 부임하기 전 교회가 분열돼 마을 사람들의 인식 속에 그리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았고, 계속해서 안 좋은 부분이 회자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가까운 그리스도 안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반목하고 미워하면 되겠나 하는 생각에 기도하는 가운데 지난 2014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당회에서 분열되어 나간 교회와 화해를 제안했고 결의를 하였다. 분열되어 나간 교회도 같은 노회, 같은 시찰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보니 분열될 당시의 목사와 성도들은 앙금이 남아 있어서 불편한 관계였다.

나 역시 당사자는 아니지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50주년을 맞은 주일 오후예배에 비록 은퇴를 하셨지만 당시의 목사를 초청하여 축도를 부탁드리고, 새로 부임한 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다. 그리고 설교 후 나는 새로 부임한 목사와 그 교회 은퇴목사, 우리교회 원로장로들이 함께 화해의 포옹을 하였다.

그 교회 사모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오셨다. 서로가 화해하는 모습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20일만에 은퇴목사 사택에 불이 나서 불행하게도 사모는 빠져 나오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목사도 사모를 구하려다 화상을 입고 다치셨다. 몇 개월 후 은퇴목사께서 퇴원하셔서 노회에서 만났는데 내 손을 꼭 잡으시고 고맙다고 말씀 하셨다. 나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때 화해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교회에서 총회 문화법인과 함께 하는 홈바리스타아카데미 사역을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4주 간 교육과 실습을 한다. 모집 공고를 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3월에는 수요일, 토요일로 나눠 1,2기를 마쳤다. 4월 에는 수요일에 3기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하면서 목회에 새로운 시각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 의견이 맞고 상대방 의견이 틀리다고 생각 할 때가 많이 있는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작은 커피 속에서 조화라는 것을 배웠다. 커피의 맛을 내기 위해 생두를 볶는 것에서부터 내리는 방법, 내리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하고 맛도 천차만별이었다.

강사가 볶아온 원두를 똑같이 갈아서 주고 각자가 커피를 내리면 맛이 똑같을 것 같았는데 모든 사람들의 맛이 다르게 나타났다. 이것을 보고 서로가 웃고,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면서 배려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단순히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역사와 이해, 커피 속에 담겨진 경제와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였다. 구원의 절대적 가치인 예수 그리스도는 변하면 안된다. 그러나 요즘 사소한 것들로 인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들이 상처 받으며 교인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예수 그분의 절대성이 아닌 주변적인 것들로 교회가 상처 받고, 몸이 분열되어지고, 교인들이 일명 가나안 교인이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예수께서 화해자로 이 땅에 오셨다. 죄인된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시려고 십자가에 달리셨다.

구원의 절대적 진리는 변질되어서는 안되지만 사소한 것들로 나뉘어서도 안된다. 오늘도 화해자로 오신 예수를 생각하며, 앞으로도 화목하게 하는 사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회를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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