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현실 속 욕구불만 최고조 … 인생은 괴로워

각박한 현실 속 욕구불만 최고조 … 인생은 괴로워

[ <연중기획> 신앙의 대잇기, 지금부터 시작이다 ] (8) 3, 40대 부모세대 특성 (上) - 사회적 측면

안명숙 교수
2016년 03월 29일(화) 14:28

알파고와 프로 9단 이세돌의 바둑 대국이 한창이던 어느 날 한 삼십대 여성 워킹맘을 만났다.

"요즘 고민이 많아요. 점점 사회가 기계화 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서 두렵네요. 컴퓨터와 기계에 그나마 적은 일자리를 뺏기면 먹고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거 아니에요." 이와 같은 고민은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30대 40대 부모들의 특징적인 면들을 살펴보자. 이를 통해서 교회 안의 3, 40대 부모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1. 먹고 사는 걱정, 각박한 삶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은 3, 40대 중년기의 발달과제를 생산성(productivity)이라고 하였다. 생산성은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것과 다음 세대를 위해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중년기는 먹고 사느라 허덕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쌓이는 빚으로 인해 자녀들조차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신조어인 '헬(Hell^지옥)조선'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졌지만 그에 대한 공감대는 30~70대도 다르지 않다. 그중 3, 40대는 치열한 경쟁과 빚에 한탄하고 있다. 빠듯한 생계로 인해 자녀들을 신경 쓰면서 양육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

2. 그러나 자아실현이 중요한 세대

현재 3, 40대의 부모들은 20년 전 X세대로 불리었던 세대이다. 1990년대 초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세대였으며 남 눈치 안보고 살았던 세대였다. 이들이 현재 3, 40대의 중년기로 접어든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거나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혼이나 출산, 양육에 대한 통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3. 따라서 욕구가 충돌한다

먹고 살아야한다는 각박한 현실과 자아실현의 욕구가 부딪힐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은 삶에서 여러 단계의 위계적 욕구를 가지게 된다고 말하였다. 낮은 단계에 있는 욕구는 생존을 위한 욕구이다. 이 욕구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쓰며 사는 것이다. 보다 상위의 욕구는 자아실현 같은 성장의 욕구이다. 이 욕구는 하위단계 욕구인 생존을 위한 욕구가 충족이 될 때 비로소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현재 3, 40대 부모들의 욕구는 개인의 꿈의 성취와도 같은 자아실현에 있지만 현실은 먹고 사는 것으로 인해서 각박하기 때문에 욕구 충돌이 일어난다. 당장 급한 생존의 욕구가 클 때 자아실현의 욕구는 억제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아실현의 욕구가 너무 큰 상황에서 억제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상당한 욕구 불만을 일으키게 된다.

그로 인한 결과로 첫째, 사회적 비교로 인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가령 어느 30대 부모는 TV에 육아프로그램이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고 한다. 이런 육아 프로그램들이 육아와 부모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면서 평범한 부모들의 기를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미디어를 비롯한 사회적 비교를 통해 이들은 정서적 외로움을 느낀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사회 연계 지원 부분'에서 한국인들의 삶의 질은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사회 연계 지원이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중앙일보, 2016, 2.24). 이런 통계자료들의 의미는 3, 40대들이 각박한 사회 속에서 생존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아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경향신문, 2016,2,26일) 

둘째, 억제된 욕구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비판적이 된다. 억제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다른 사람에게 비판적이 된다. 그래서 가정불화가 쉽게 일어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 이혼으로 이어진다. 2014년 기준 여성가족부 사회 통계자료를 보면 3, 40대의 이혼 비율이 전 연령대 중 61%를 차지한다. 기독교인의 이혼현상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회적 독립과 자유의 욕구와 결혼에 대한 태도의 상관성(정태연, 2006)을 고려할 때, 3, 40대의 자기실현 추구의 사회학적 특징이 중년기 이혼율 증가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중년기는 발달적 이유로도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시기이다. 심리학자 레빈슨은 중년기를 환절기라고 표현하였다.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것처럼 중년기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동시에 꿈의 상실에 대한 절망감으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삶에 불만족이 큰 부모들은 원망의 대상이 될 희생양을 찾게 된다. 이 희생양은 흔히 자녀가 되어 학대 또는 방치가 일어난다.

셋째, 다른 삶을 동경하거나 각박한 현실로부터 퇴행한다. 가야마는 '3040 여자심리학'(2007)이라는 책에서 3, 40대의 여성들의 특징으로 삶아보지 않은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을 제시하였다.

김병화(2015)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3, 40대 모두 동경하는 직업은 '65세 정년 보장' 9급 공무원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생활조건을 동경하는 것은 결혼을 하든지 안하든지 불안정한 현대사회를 반영한다.

또한 각박한 현실에 대한 퇴행현상에 대해 임상심리학자 카일리는 각박한 사회생활에 지친 이들이 편안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피터팬 심리를 가진 키덜트족을 언급했다.

이러한 3, 40대의 발달적, 사회적 특징에 따라 교회의 3, 40대 부모사역에 대한 제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회는 교인들의 인생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3, 40대 부모들은 생계로 인해 바쁘고 정서적으로 고독하며 스트레스 속에 살아간다. 그럴 때 그 자녀들은 방치와 무시 그리고 폭행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교회는 그 부모들과 연대하여 이들의 가정이 든든하게 설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로 작용하여야 한다.

둘째, 교회는 3, 40대 부모들의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고려하여 취미 중심의 공동체 모임을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셋째, 다양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자녀 양육에 대한 이 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좌절된 꿈이나 생활의 각박함에서 오는 욕구 불만을 해소하고 치유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등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안명숙 교수 서울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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