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부탁이 있어요

목사님, 부탁이 있어요

[ 목양칼럼 ]

강인구 목사
2016년 03월 17일(목) 10:36

토요일 저녁, 다음날 있을 세례식을 위해 세례문답을 마치고 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할머니, 무슨 부탁이세요?" "목사님, 제가 구원 받았다는 증명서를 하나 만들어 주세요" "구원 받은 증서 같은 것은 없는데, 무슨 일로 그러세요?"

할머니 사정은 이랬다. 다음주에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갈 예정이란다. 그 아들이 그렇게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전화 할 때마다 "어머니, 꼭 교회에 가세요"한다.
그래서 이번에 '구원 증명서'를 가져가면, 그 아들이 좋아할 것 같단다. 다음날 세례식이 끝나자마자, '세례증서'를 만들어 할머니 손에 들려서 미국으로 보내 드렸다.

한 달 정도 지나 낯선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할머니 딸이다. 미국에서 석 달 정도 머물다 오실 예정이라던 할머니가 병원에 누워계신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미국으로 출발하신 할머니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몸이 갑자기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다. 태우고 가던 딸과 사위가 급하게 공항 근처 병원으로 모셨다. 몇 일 만에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단다. 장례를 마치고 할머니 두 딸이 교회에 등록했다. 그들을 교회로 인도한 전도자는 바로 할머니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끔 의식이 돌아오셨어요. 그 때마다 '세례 요한이 나를 데리러 온다'고 하셨어요. 교회에 다니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시고, 한글도 몰라 성경도 못 읽으시는 어머니가 '세례 요한'을 어떻게 알겠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는 천국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미국에 있는 오라버니가 그렇게 수 십년을 전도해도 되지 않던 두 자매를, 성경도 모르고 '세례'도 잘 모르시고, 심지어 의식도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를 통해서 주님을 영접하게 하셨다. 전도를 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는 핑계도 참 많다. '바쁘다', '말 주변이 없다', '성경을 잘 모른다', '무슨 말로 전도할지 모르겠다'…. 혼수상태에 빠진 할머니를 통해 두 딸을 구원하신 성령님께서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전도는 사람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성령님께서 인도하시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무엇을 핑계할 수 있을까?

오래전 미국 선교사 한 분이 나환자촌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중심부로 갈수록 중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병원 한 가운데 병실에 가장 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있었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코도 귀도 입도 다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선교사가 그 방에 들어와 병상으로 걸어갔다. 환자는 피부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누군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팔꿈치 아래가 잘린 팔을 들어 올렸다. 승리를 환호하듯, 팔을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망가지고 으깨져 형체도 불분명한 얼굴로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웃어 보이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환자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싶었다. 자기 외모는 흉측하고 끔찍하고 비참하지만,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자신이 행복하고 기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승리와 기쁨의 환호를 지르듯 팔을 흔들었던 것이다.

그 때부터 선교사는 가는 곳마다 증언했다. "우리가 온갖 핑계로 전도하지 않으면, 주님 앞에 섰을 때, 한국 나환자촌 그 환자가 주님 곁에서 우리를 고발할 것입니다!" 전도는 누구도 핑계할 수 없다. 어떤 형편이나 처지도 통하지 않는다. 호흡이 붙어 있는 모든 성도에게 주신 사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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