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해 말하지 말라

돈에 대해 말하지 말라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6년 03월 02일(수) 09:00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돈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 돈은 있든지 없든지 하는 것이지,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독일에선 누구나 아는 유명한 격언이다. 실제로 독일 사람들은 돈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도 상대방이 얼마나 부자인지, 수입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직장 동료들 간에도 서로의 급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사람들이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데는 역사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있다. 독일 사회는 중세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분 격차가 뚜렷해서, 서민들은 주어진 신분과 운명을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이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 관습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리나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해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돈에 대해 함구하는 데는 추가적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돈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상대방이 내가 자신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졌다고 생각해서 질투하는 경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재산은 다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뿐이다. 

두 번째 경우는 앞에서와는 반대로, 내가 가진 재산과 버는 돈이 상대방보다 형편없음을 알게 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자격지심에 휩싸이기 십상이고, 민감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가 다른 사람만 못하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돈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합리적인 독일 사람들은 이처럼 남이 나를 질투하거나, 아니면 내가 남을 질투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아예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돈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취직한 자녀들의 연봉이 화두다. 친척이나 지인이 집이라도 사면 얼마에 샀는지 또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직장에서는 내가 버는 돈보다 동료가 얼마를 받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어떤 사람은 남에게 부자로 보이기 위해서 허세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돈 이야기는 손해를 보는 경우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손해가 나와 다른 사람 모두에게 미치면서 사회적 이슈로 발전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살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돈 이야기로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으로 인해 나와 남이 모두 불행하지는 않았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돈은 있든지 없든지, 그것으로 하나님께 감사할 것이고, 돈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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