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의 교회

저금리 시대의 교회

[ 경제이야기 ]

박병관 대표
2015년 12월 15일(화) 16:04

박병관 대표
독일국제경영원ㆍ가나안교회

어린 시절 플라스틱 사업을 하던 필자의 친구 아버지는 항상 돈을 빌리러 다녔다. 

시설 자금, 운영 자금, 연구 자금 등 각종 자금이 늘 필요했다. 물건을 생산만 하면 팔 곳이 넘쳐나던 시절, 친구 아버지는 연 20%가 넘는 이자에도 불구하고 돈을 못 빌려서 애를 태웠다. 그는 주로 지인들에게 사채를 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은행 대출은 대부분의 경우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저금리가 일반화되면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적절한 사용처와 담보만 입증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시중은행에서 3% 전후의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폭 낮아진 시중 금리는 다시 오르지 않고 지속적 경제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저금리는 우리 사회 전반, 그리고 교회 내 신자들의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저금리는 경제의 역동성이 낮아졌다는 반증이다. 경제학의 성장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시장금리에 민감하다. 장기적으로 자본의 수익률인 이자율 또는 금리는 생산활동의 증가를 통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지속해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경제의 역동성과 개인의 경제활동 수준이 그만큼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약 필자 친구의 아버지가 오늘날까지 사업을 한다면, 그는 예전처럼 어렵게 자금을 구하러 다니지 않을 것이다.

둘째, 저금리의 배경에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인구는 감소했고, 평균수명의 증가로 고령층의 인구 비중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금에 대한 수요가 예전처럼 빠르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금리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저금리라는 동전의 뒷면에 노령화된 사회구조가 있는 셈이다.

셋째, 저금리의 결과는 높은 가계부채로 나타난다. 금리를 다르게 표현하면 '돈의
가격'이다. 돈을 빌리는데 지불하는 값이 과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합리적인 개인들이 부채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높은 부채 수준은 개인의 경제생활에 위험부담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총액은 가파르게 상승해 1200조 원에 육박한다. 국제금융시장이나 정치 사회적 충격으로 금리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면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이 현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회 내 신자들의 삶도 저금리와 상당 부분 연관되어 있다. 경제적 활력은 예전에 비해 줄었고, 부채로 인한 위험부담은 늘어났으며,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연령대는 현저히 높아졌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칫 무기력에 빠지기 쉬운 조합이다. 요즘과 같은 때, 교회가 신자들의 삶을 이끌지 못하고, 반대로 그들의 생활방식을 뒤따라 간다면, 교회까지 무기력증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많은 교회에서 내부 활동이 과거 고성장기에 비해 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교회가 무기력해 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수만 있다면, 저금리 시대가 교회 성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실망한 사람들, 푯대를 찾지 못하고 방향을 잃은 사람들, 경제적 짐을 짊어진 사람들, 모두 삶의 돌파구를 필요로 한다. 교회가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준다면, 성도들과 교회 모두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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