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의 슬픈 사연

'블루베리'의 슬픈 사연

[ 예화사전 ]

안현수 목사
2015년 11월 17일(화) 17:05

파주농장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손 모씨를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서울구치소 면회실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부터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은 대화 중에도 그를 위한 기도를 드릴 때도 멈추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엽총 20여발을 난사해 농장주인 여자와 동거남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직후 그는 경찰과 대치하다 자수하여 구속이 된 것이다. 그는 원래 죽은 여자와 동거를 하면서 살았는데 어느 날 그녀가 고향 후배와 눈이 맞아 자신을 배신하고 재산까지 빼돌려 도망을 쳤다는 것이다.

그는 한 때 우리나라에 블루베리를 처음으로 도입하여 재배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리고 자신의 동거녀를 위하여 경영지도자과정 공부도 시켜주었고 나름대로 잘 해주었는데 자신을 배신하는 바람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건 당일도 너무 몸이 아파 치료비를 얻기 위하여 농장을 방문했다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는 바람에 자제력을 잃고 엽총을 발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제 소망도 없고 몸이 불편한 하나뿐인 아들 걱정에 한숨을 지었다.

나중에 그 아들이 아버지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가 지은 죄는 변명할 수 없는 중죄지만 아버지는 인생을 걸었던 마지막 사업을 믿었던 여자의 명의로 했다 배반당하고 생계에 대한 고민으로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IMF 외환위기 당시 사업에 실패하고 지병으로 부인을 잃은 뒤 동거녀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신용불량자였던 아버지는 동거녀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하여 돈도 많이 벌었지만 동거녀는 결국 아버지를 배신했고 법적 재산권에 대한 권한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그렇게 농장에서 쫓겨난 후 아버지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야간 일당 노역과 경비직을 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몸이 안 좋아 그만두고 생계에 대한 고민으로 우울해 하셨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는 이전에 동거녀가 주기로 했던 지분 중 일부만이라도 요청하러 그녀를 찾아갔으나, 동거녀와 내연남이 무시하며 심하게 쫓아내자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 큰일을 저지른 것 같다며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또 그는 아버지가 엽총 난사 후 자살하려다 마음을 돌려 경찰에 자수했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장례치를 비용도 없이 죽어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죽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남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지만 현재 저한테는 제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에 정말 양심 없지만 이렇게 엎드려 간청한다고 탄원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아들의 탄원서를 참작했는지 그의 아버지에게 20년을 선고하였다. 형이 확정되어 이감을 가기 전 나는 서울구치소 상담실에서 그를 만났다. 특히 그날 나는 그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수입하여 재배했다는 블루베리 열매와 떡을 사 가지고 같이 먹으면서 이감을 가기 전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그가 원했던 큰 글씨의 성경을 선물로 전달하고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었다. 그는 이제 80이 훨씬 넘어 출소하게 되지만 믿음생활 잘 하겠다며 그리고 그동안 목사님의 사랑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그와 서신으로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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