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헌금기도, 언제 또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하나요?

<43> 헌금기도, 언제 또 어느 방향으로 해야 하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말씀의 예전과 성찬의 예전 사이

김명실 교수
2015년 11월 17일(화) 17:03
   

요즘 한국교회들 속에서 다양한 헌금순서와 헌금기도 형태들을 보게 된다. 비치된 헌금함에 예배시작 전에 미리 헌금을 하는 경우라도, 예전상으로는 헌금기도가 드려지는 때를 헌금시간으로 본다.

언제 헌금기도를 드리느냐는 교회마다 다양하지만, 크게는 설교의 전ㆍ후로 나뉜다. 설교 전, 즉 예배의 전반부에 헌금하는 것은 하나님께 나올 때에 감사의 예물을 먼저 바쳐야 한다는 이해를 반영한 것이며, 설교 후, 즉 예배의 중반부(성례전이 있는 경우)나 후반부에 헌금하는 것은 말씀에 대한 감사의 응답이라는 내러티브에 기초한 것이다.

모두 자율적인 것이지만 예배신학적 이해를 참고한다면 각 교회들이 어디에 헌금기도 순서를 넣을지를 결정하는데 유익한 참고가 될 것이다. 헌금이나 헌물을 드리는 봉헌(offering)의 시간은 기독교 초기부터 말씀의 예전과 성찬의 예전 사이에 있었다.

초기 기독교는 회중들이 집에서 직접 가져온 빵과 포도주를 축사한 후에 그것을 성찬용 빵과 포도주로 사용했기에 봉헌시간에 헌금은 물론 빵과 포도주도 함께 드렸던 것이다. 따라서 비록 교회가 빵과 포도주를 준비하더라도 대부분의 교회들 속에서 봉헌기도의 위치는 지금까지도 말씀의 예전과 성찬의 예전 사이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제 헌금기도, 즉 봉헌 감사기도를 드리는 방향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요즘 봉헌기도를 드라마틱하게 드리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목회자가 헌금바구니를 들고 예배실 전면에 걸린 십자가를 향해 기도하거나,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다.

그 나름의 내러티브를 갖고 있다면 이 역시 가능한 예전행위들이지만, 만일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일 주님이 계신 곳이 십자가나 동쪽 뿐이라면, 참회기도나 중보기도 혹 찬양 등도 모두 특정한 방향을 향해 드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예배신학은 주님이 임하시는 곳이 부활하신 주님의 몸과 피가 기념되는 성찬식탁(communion table)이라고 이해한다. 물론 그것은 상징적인 이해일 뿐이다. 과거에는 이 성찬식탁을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단(altar)으로 이해하여 동쪽 벽면에 설치했었다.

따라서 사제들이 회중을 등지고 나홀로 벽면을 보면서 성찬예전을 행하였던 것이고, 회중이 소외되는 예배는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20세기 예배회복운동은 성찬이 회중과 함께 주님의 몸과 피를 나누는 공동식사라는 초기 기독교의 이해를 회복하였고, 이와 함께 제단이라는 용어를 성찬식탁으로 바꾸었다.

또한 그 위치도 벽쪽에서 회중석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회중들과 마주 보면서 성찬을 집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단이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성당들도 있지만, 실제의 용도는 거의 없다. 모든 곳에 계신 주님이시지만, 만일 예배 속에서 주님의 임재를 위한 상징적인 위치가 성찬식탁이라면 우리의 봉헌감사기도는 어디에서 또 어디를 향해 이뤄져야 하겠는가? 이러한 예배신학적 이해를 반영하면서 각 신앙공동체의 봉헌기도의 내러티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예배신학적 이해를 반영한다면 목회자들이 설교단에서 봉헌기도를 드리는 것 보다는 헌금바구니가 놓인 곳에서 기도함이 더 적절할 것이다. 헌금바구니는 성찬식탁 위에 놓는데, 성찬성례전이 있을 경우에는 그 옆에 보조 받침대를 두고 그 위에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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