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과 '초코파이'

개성공단과 '초코파이'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11월 03일(화) 08:51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북한의 수령독재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외부로부터의 사소한 영향조차도 철저히 차단하는 폐쇄정책을 고수하는 데 있다. 북한 당국이 폐쇄정책에 얼마나 매달리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개성공단에서의 '초코파이'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참고로 2004년 12월부터 가동된 개성공단은 현재 남측의 130여 기업이 진출해 북측의 5만 3000여 근로자를 채용할 만큼 성장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은 남측의 인력난 해소와 북측의 외화수입을 통해 상호 간에 공존공영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북한체제의 폐쇄성에서 야기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월 100달러의 임금은 남북한 정부 간 합의에 의해 북한 정부에 지급되고, 북한은 '사회문화시책비' 등의 명목으로 70%를 거둬가 근로자들의 실 수령액은 30불 수준이며 그것도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전 미국 CIA직원이었던 재미교포 마이클 리는 2014년 9월 12일 TV조선 시사평론에 출연해 개성공단 수익의 60%가 김정은 비자금을 운영하는 39호실로 귀속돼 체제 유지비로 전용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05년 무렵부터 입주기업들이 간식용으로 하루 3~4개씩 초코파이를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자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이러한 관행이 거의 모든 입주기업들로 확산됐다.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에는 보너스 명목으로 초코파이 한 박스씩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면서 공단 전체로서 1일 평균 20여 만 개의 초코파이가 지급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근로자 1명이 초코파이를 월 평균 100여 개씩 받아 이를 모아서 시장으로 가져가고, 일부 근로자들은 '초코파이 계'를 조직해서 자신들의 몫을 돌아가면서 한 사람에게 몰아주어 시장에서의 유통을 보다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또한 북측 공단감독 직원들이 권력을 이용해 근로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초코파이를 시장에서 유통시키는 소위 권력형 부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초코파이 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면서 공단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임금 수준을 상회하는 수입을 올리게 되자 당국에서 점차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특히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적힌 초코파이가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면서 남한 사회의 자본주의 물결이 북한 사회에 파급될 것을 우려하는 북한 당국이 초코파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드디어 2015년 5월 하순부터 한국기업 측에 초코파이 지급을 중단하고 대신 비인기 품목인 소시지와 커피로 대체해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북한 당국은 초코파이의 유통을 자본주의의 단맛을 보여주는 문화 침투로 보고, 나아가 남조선 경제 발전의 징표로 간주하고 이를 철저히 통제하게 된 것이다. 소련 시절 미국 문화의 상징인 코카콜라, 청 바지, 햄버거 등이 젊은 세대에 유행하면서 당국이 골머리를 앓았지만 소련 당국은 이를 규제하지는 않았었다. 

고르바초프 시대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확산되면서 급기야 붕괴에 직면하게 된 역사적 사실을 익히 아는 북한으로서는 개방의 싹부터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한갓 먹거리인 초코파이 조차 철저히 근절하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지만 모기장이 아무리 촘촘해도 이를 뚫고 들어오는 모기가 있듯이 소위 '모기장 효과'까지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초코파이 에피소드를 통해 최소한의 개방조차도 인민들에게 장사의식을 깨우쳐 주면서 북한 체제의 종말을 재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북한당국은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조차 혼자서는 안 되고 반드시 두 사람 이상이 같이 가도록 엄격히 규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