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송이버섯

[ 예화사전 ] 예화사전

안현수 목사
2015년 10월 12일(월) 18:55

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귀한 송이버섯이 백화점 선물 상품으로 등장한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서민들은 냄새도 맡기 힘들지만 내가 그 귀한 송이를 처음 먹었을 때는 오래 전 강원도에 있는 부대 강연을 마치고 부대장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으면서이다.

그 당시 처음 먹어 보는 송이의 향이 정말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송이를 먹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한계령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송이 판매라는 글을 보고 차를 세웠다. 군대에서 받은 강사비도 있고 해서 송이를 사서 부모님도 드리고 나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격을 물어보니 소문대로 송이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더군다나 송이 등급이 1등품부터 6등품이라는 주인의 말에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강사비로 해결이 되어 1등품 한 상자와 2등품 한 상자를 구입하여 차에 실었다. 그리고 송이 박스 위에 나만 알아 볼 수 있는 작은 글씨로 1과 2를 각각 표시했다.

그렇게 송이를 싣고 송이 향을 맡으면서 한계령을 넘어 양평을 지나 천호대교를 건너면서 부모님 집에 이르면서 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 고민은 '1등품과 2등품 중에 어떤 송이를 아버지를 드려야 하나'라는 고민이었다. 1등품과 2등품은 가격 차이와 송이 모양 차이가 약간 있다고 하지만 '그게 그거지'라고 생각하고 부모님 집에 도착하여 2등품을 들고 내려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는 이 비싼 송이를 어디서 구했느냐며 무척 좋아하셨고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냉장고에 보관하여 조금씩 아껴서 드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송이를 좋아 하셨던 아버지가 그 송이를 다 드시지도 못하시고 하늘나라에 가신 것이다. 평소 지병이 있으셨지만 그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되실 줄 몰랐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던 날 나는 중국에서 북한 그리스도교연맹 사람들과 회의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사정이 있어 못나오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일정을 당겨 귀국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의 마지막 운명을 지켜 볼 수가 있었다. 그 날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리고 아버지를 병원 영안실에 모시고 조문객의 발길이 끊어진 늦은 밤에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아버지에게 불효 한 것이 생각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더군다나 아버지를 입관하는 시간에 형편없이 망가진 아버지의 치아를 보면서 그동안 식사를 하실 때 얼마나 불편 하셨는가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 많은 반성을 하였다. 과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더군다나 중학교 도덕선생도 하고, 목사가 되어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가르치고 설교를 하면서 정작 자신은 불효를 한 것이 너무도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효도는 기회가 주어질 때 해야 만 하는데 말이다.

추석이면 송이가 등장하고 송이를 보면 아버지 생각에 죄송스럽기만 하다.

안현수 목사 / 수지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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