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위기의 교훈

폭스바겐 위기의 교훈

[ 경제이야기 ] 부정의 대가 커, 투명한 경영 구조 확보해야

박병관 대표
2015년 10월 07일(수) 09:22

박병관

독일국제경영원 대표ㆍ가나안 교회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폭스바겐이 디젤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디젤엔진 차량에 부착된 공기정화장치를 배기가스 검사시에만 작동하게 하고 주행시에는 멈추도록 조작 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조사, 벌금 및 집단소송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폭스바겐은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의 역사는 자동차광인 히틀러에 의해 시작됐다. 히틀러는 당대 독일 최고의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포르쉐에게 온 국민이 탈 수 있는 자동차의 생산을 의뢰했다. 당시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주력하던 포르쉐는 자신의 노하우를 투입해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스포츠카인 포르쉐의 DNA가 대량생산되는 국민차에 접목되면서 다른 대중차와 차별화되는 품질을 갖게 된 것이다. 폭스바겐의 이름은 독일어에서 '국민(Volk)'과 '자동차(Wagen)'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국민차'를 의미한다.

폭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가장 유명한 차종인 '비틀'은 총 2000만 대 이상 생산돼 그야말로 세계인의 국민차로 사랑을 받았다. 이후 고급차인 아우디와 벤틀리까지 인수하면서 총 14개의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로 몸집을 불렸다. 폭스바겐은 또한 노사 간의 관계를 중시한 특유의 기업문화로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는 잡쉐어링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의 기업문화는 그만의 독특한 지분구조에서 기인한다. 폭스바겐의 지분은 창업자의 후손인 포르쉐와 피에흐 가문과 독일의 지방정부인 니더작센주 그리고 노동조합으로 각각 분류돼 있다. 남은 9.9%의 소수 지분만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될 뿐이다. 이런 특이한 지분구조로 인해 폭스바겐은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외풍을 맞았다. 이사진과 경영진의 구성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안들은 가문 간의 싸움과 정치권 그리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에 의해서 결정됐다. 노동조합과 경영진의 유착 관계가 문제시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최근에는 타 브랜드의 인수로 인해 불투명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번 위기를 촉발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수년 전 독일과 미국에서 디젤차 배기가스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때 바로 해결에 나섰어야 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덮어 둔 채 경영권 분쟁에 주력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정직한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정행위가 당장은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고 연비를 향상해 매출이 늘어나는 것 같이 보였지만, 결국은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부정과 편법의 대가는 너무나 큰 것이다.

크리스찬 기업인이라면 당연히 정직하고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고객을 속이는 행위는 결코 성경의 가르침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직한 경영이 사회적 구호나 신앙심에 대한 호소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탐욕이 가득 찬 죄인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찬도 비크리스찬도 모두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을 받는다. 경쟁이 심화할수록 이러한 유혹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경영의 투명성과 체계적인 기업 통제 기능이 확보돼야 한다. 이사회와 경영위원회가 경영을 검증하고 시장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과 정치권 그리고 사회 이익집단과 유착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