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주일예배에서 회개기도 꼭 해야 하나요?

<37> 주일예배에서 회개기도 꼭 해야 하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

김명실 교수
2015년 10월 05일(월) 18:26
   
▲ 로마 가톨릭 교회 본당에 설치된 고해소의 모습.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늘 있는데 주일예배에서까지 '회개기도'의 시간이 꼭 필요한지 묻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 예배가 길어지는 요인 중 하나이며 단순히 요식적인 순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런 생각은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된다. 회중들이 진지하게 회개기도에 임하지 않게 될 때에 졸음이나 잡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인데, 이것이 예배의 생동감과 긴장감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회개기도와 관련하여 종종 만나는 또 하나의 반응은 '용서의 말씀'을 로마 가톨릭적인 요소로 이해하며 불편해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예배에서 회개기도가 강조되고 용서의 말씀이 선포된 것은 종교개혁자들에 의해 발전된 전통이다. 중세의 엄격했던 고해성사와 사제가 명한 고행의 의무를 마치기 전까지 죄를 용서받지 못하였고, 상대적으로 사제들의 권위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졌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예배 밖에서 사제에게만 죄를 고백하고 사제에 의해서만 죄가 용서되는 것을 비판하며, 죄의 고백과 용서의 말씀을 예배 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소위 만인제사장설에 근거하여 누구라도 하나님께 직접 나아와 자신과 이웃의 죄를 고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사제의 판단에 의한 용서가 아니라 성경 속의 용서의 말씀들을 선포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마련해 놓으신 용서의 은혜를 상기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배시간에 회개기도를 한다는 것은 의무이기 이전에 무한한 자유와 특권이기에, 우리의 죄와 이웃의 죄를 고할 수 있고 또 고해야 하는 제사장의 책무에 감사함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일단 세례를 받으면 반드시 고해성사와 사제에 의해 처방된 고행의 의무를 따라야 하기에 중세에는 죽을 때까지 세례를 미루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쉽게 주님께 나아갈 수 있는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배에서도 회개의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필수적 요소는 아니다. 또한 회개의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용서의 선언은 예배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것은 고해성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서의 말씀이 예배 속에서 선포되는 것은 개혁교회의 값진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서의 말씀이 목회자 자신의 말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기에, 로마 가톨릭 사제에 의한 용서의 말씀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개혁전통에서는 회개기도와 용서의 말씀을 제 2막인 말씀의 예전에 들어가기 전에 배치하여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영적상태를 만든다는 내러티브를 갖는 반면, 감리교 전통에서는 설교를 들은 후에 비로소 죄를 깨닫게 된다는 내러티브에 근거하여 이 순서들을 설교 후에 배치하기도 한다.

한편, 회개기도의 자리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기도나 헌금기도, 혹은 목회기도 등에서도 회개에 해당하는 기도를 드려 각 기도들의 목적과 특징을 살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산만한 예배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전에 미리 점검하여 중복을 피하고, 각 기도들의 고유한 특징들을 통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시나리오가 잘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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