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예배순서 어떤 원리로 구성되나요?

<36> 예배순서 어떤 원리로 구성되나요?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9월 21일(월) 15:38

가을이 깊어지면 다가올 새해의 연중계획을 준비하느라 목회자들의 마음이 분주해진다. 예배와 그 제반사항들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이다. 선교, 교육, 혹은 영성적 차원에서 예배순서나 내용들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더라도, "왜?"나 "무슨 근거로?"와 같은 질문과 함께 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만일 어떤 원리로 기독교의 예배순서들이 구성되었는지를 이해한다면, 좀 더 설득적이고 효과적으로 예배를 재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예배는 4막의 기승전결 구조를 갖는다. 고대교회는 '말씀의 예전'과 '성찬의 예전(다락방 예전)'이라는 2막의 구조를 가졌으나, 20세기 예배회복운동과 함께 기존의 2막 구조가 좀 더 세분화되어 4막 구조가 된 것이다. 이는 예배순서 자체가 하나의 내러티브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설교 중심의 대부분의 개신교 예배는 설교 이외의 나머지 순서들을 설교를 위한 보조적인 것으로 여겨왔지만, 4막의 기승전결 구조에서는 예배의 틀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되며, 설교의 메시지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반추될 수 있도록 돕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4막의 각 주제는 이렇다. 1막 예배로 모임, 2막 말씀의 경청과 응답, 3막 성례전을 통한 그리스도의 은혜 맛보기, 4막 복음증거를 위해 세상으로 파송됨.

이러한 기승전결의 4막 구조는 기독교의 많은 교파들의 예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약간의 명칭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20세기 교회연합운동의 큰 결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간혹 4막 대신 5막의 구조를 지닌 예배도 볼 수 있으나 특별한 순서들이 더해졌다기보다는 기존의 예배순서들을 새로운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교파간의 차이점 혹은 다양성은 어디에서 나타나는가? 그것은 예배의 다른 세부적인 순서들이 4막의 구조 속에 각각 어떻게 배치되었는지에 따라 각 교파의 다양한 예배전통과 신학을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예배순서에서 신앙고백은 제 1막에 해당하는 모임부분에 배치되어 신앙고백을 하며 예배에 들어오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장로교와 같은 개혁전통에서는 말씀을 듣고 깨달은 후에 비로소 올바른 신앙고백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해에 기초하여 제 2막 안에서 설교 직후에 배치되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표준(standard)으로 제시된 것이기에, 모든 개혁전통이 반드시 말씀 후에 신앙고백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로마 가톨릭은 예배의 모든 순서들과 그 안의 언어들을 하나의 정경처럼 이해하기에 예배서의 수정이나 변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찬기도문을 '캐논(정경)'이라고까지 칭하며 일체의 수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개혁전통은 하나의 모범적인 패턴을 제시하면서 그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예배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따라서 각 지역교회들이 예배의 요소들이 갖는 이러한 원리와 원칙들을 이해한다면 보다 유연하게 예배의 순서들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독교 예배의 모든 구조와 순서들은 예배하는 신앙공동체의 하나님과의 만남이라는 대원칙을 섬기기 위한 것이다.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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