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대부업'의 덫에 걸린 연금 살리기

'고금리 대부업'의 덫에 걸린 연금 살리기

[ 주필칼럼 ]

이홍정 목사
2015년 08월 03일(월) 11:19

연금이 천민자본주의의 탐욕의 덫에 걸렸다. 그 동안 교단 내부의 신뢰 구축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총회연금재단과 관련된 우려가, 지난 7월 30일 저녁 동아일보 인터넷 뉴스에 보도된 "3300억 규모 연금재단 돈으로 '고금리 대부업' 벌인 목사님" 제하의 뉴스와 각종 언론매체들의 인용보도로 널리 확산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정확한 사실 규명을 위한 제반 과정들이 진행되겠지만, 만약 이번 동아일보에 보도된 내용이 작금의 연금재단의 기금 운용 실태의 일부라고 한다면, 우리는 하나님과 교회와 사회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다. 먼저 당연직 이사로서 연금재단이 비윤리적 투자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것에 대해 통회하는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문제해결과 재발방지와 갱신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지난 제99회 총회에서 교단은 연금재단을 향해 꾸준히 제기되어온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연금재단을 포함한 교단 산하 재단들의 이사임기를 일괄 3년으로 단축하여 즉각 시행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연금재단에는 이번 회기 안에 외부특별회계감사를 실시하여 총대들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총회결의를 이행할 책임을 지고 있는 총회임원회는, 관계부서들과 소통하며 연금재단 이사회에 수 차례 총회 결의에 대한 이행을 촉구하였으나, 연금재단이사회 측의 전면거부로 아직까지 제99회 총회 결의사항에 대한 이행 보고를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과정에서 총회임원회는 지난 5월, 총회결의이행을 위한 차선책으로 불가피하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 연금재단의 임기만료 된 이사장과 3인 이사들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었다. 연금재단의 11명 이사 중에 제99회 총회 결의대로 임기가 만료된 이사 4인과 총회 결의 이행에 불복하는 이사 5인을 제외하고, 총회 결의 이행에 뜻을 같이 하는 이사 2인으로 하여금 가처분 신청을 하게 하였고, 변호사 비용 5백만원은 총회임원회의 자율회비로 충당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연금재단으로부터 상당액의 수임료를 받은 S 법무법인의 논리를 추종하며, 상식을 벗어난 판결문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이사 3년 임기 즉각 시행에 대한 총회 결의와 이에 따른 연금재단 내부의 합법적 절차에 의한 정관개정과 주무관청의 개정된 정관승인, 종로구청과 법제처의 임기 3년을 지지하는 해석과 이를 즉각 이행하라는 감독기관의 행정지시 등을 애써 외면한 채, 소명이 부족하다는 상투적 이유와 제100회 총회에서 다시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재판부답지 않은 판결 이유를 들어 기각하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속설이 통할 법한 이런 가처분 재판부에 바른 판단을 의뢰한 것에 대한 일말의 후회도 생기지만, 총회와 총회임원회는 더 이상 '소송의 덫'에 걸리지 않고, 신앙의 지혜와 교회법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하나님께서 제100회 총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주변환경을 조성하고 계신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고금리 대부업'의 덫에 걸린 연금재단에 대해, 남은 99회기 동안에 총회차원의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조사와 대화로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제100회 총회에 보고할 수 있기 바란다.


오는 9월 14일부터 '화해'를 주제로 열리는 제100회 총회는 우리 교단이 성숙한 자정능력을 가지고, 총회 결의가 지니는 엄중한 권위를 토대로, 교단의 추락한 도덕성과 사회적 위신과 신뢰를 회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특별히 모든 총대들은 이해관계와 진영논리를 넘어 신앙양심과 복음의 가치 위에 굳게 서서, 하나님의 교회의 공공성과 공적 윤리를 바르게 세워나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회의 결의는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연금제도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공동의 유산이다. 가입자의 탈퇴는 곧 연금재단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가입자들은 위기를 경험할수록 더욱 결속하여 주인의식과 책임 있는 청지기의식을 가지고, 연금개혁을 위해 함께 헌신해야 한다. 탐욕의 노예가 되어 천민자본주의적 투자를 자행하는 연금제도가 아니라, 기독교의 나눔의 정신과 공동체적 가치를 반영하는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투자를 추구하는 연금제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향후 연금재단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단이 사법부와 금융감독기관에 조사와 판단과 감독을 의뢰하는 것은, 공적 사회의 판단기준을 토대로 교회다운 방식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법부와 금융감독기관이 교회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조사와 판단과 감독행위를 통해 바른 길을 안내해 준다면, 교회는 그것을 토대로 신앙공동체다운 해법을 모색하여 문제를 해결하므로, 교회는 다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갱신될 것이다. 그러나 검찰 조사나 재판부 판결이나 금융감독원의 감독이 비본질적 영향력에 의해 경도되어 불의한 세력을 비호하게 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은 불의를 재생산하며 교회와 사회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갈 것이다.


연금재단 이사회가 기금 증식률을 높여 연금의 지속 가능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기독교 연금 운영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 선을 넘은 것에 대해 교계와 시민사회에 구차한 변명 없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교단과 연금재단이 환골탈태를 이루고, 재발방지를 위한 윤리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므로, 다시 한번 교계와 사회의 희망의 증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금재단 이사회에 고언을 드린다. 이번이 제99회 총회 결의를 존중하여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임기 종료된 4인 이사들은 이제라도 즉각 사퇴하고, 남은 이사들은 새롭게 파송된 이사들과 함께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외부특별회계감사를 철저하게 수용하여, 연금재단을 지속 가능한 기구로 개혁하는데 동참하기 바란다.


치유되고 화해된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우리 모두가 진리에 뿌리를 내리고, 진실을 여과 없이 규명하며,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은 책임을 지므로 잘못된 부분을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며, 함께 새로운 복음적 대안을 찾아 나설 때 가능하다. 우리에게 찾아온 위기가 회생의 기회가 되어 그리스도 안에 있는 풍성한 생명을 다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홍정 목사 / 본보 주필ㆍ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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