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돈을 떼 먹겠소

누구 돈을 떼 먹겠소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송유광 목사
2015년 07월 28일(화) 11:16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나는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신학교 3학년 때 74년에 광주 무등산 중턱에 있는 신림교회에서 첫 목회를 시작하였다. 신림교회는 무등산 중턱에 있는 아름다운 교회로 등산객들이 지나가는 등산로에 있었다. 이곳 주민의 대부분은 '중심사'라는 절 땅에서 장사를 하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주민들은 등산객을 대상으로 음식과 술을 팔며 생활을 하였다.

나는 부임한 후 동네를 다니며 이번에 신림교회에 부임한 전도사라고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절과 관계를 하고 있는 그들에겐 내가 반갑지 않았다. 술을 팔고 있는 가게에 들렀는데 주인이 비아냥거리며 교회서 돼지를 잡고 술상을 차려 놓으면 나오겠다고 말한다. 21살의 혈기 왕성했던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척 상했다. 나는 흥분하면서 순간 내 입에서는 "주여!"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건강하고 젊었던 그 사람이 술을 먹다가 죽은 것이다. 나는 순간 '어제 감정이 섞인 내 기도가 사람을 죽게 했구나' 생각을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성격이 급하고 잘 흥분하며 참을성이 부족했던 나의 약함이 첫 목회를 시작하자마자 나타난 것이다.

모세는 노예로 일하고 있는 동족을 살피러 나갔다가 애굽 사람에게 원통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사람을 죽였다. 혈기와 감정을 다스릴 줄 몰랐던 모세를 하나님은 감정을 다스리는 온유한 사람으로 만든 후에야 진정한 지도자로 세우지 않았는가?(민 12:3). 늘 원망하고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할 수 있었던 것은 온유함에 있었다.
하나님은 내게도 혈기와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면 목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목회의 출발지에서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나는 41년 목회를 통해 목회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으로 목회하다가 상처받고 떠난 분들도 많았다. 주변에서 당회를 하다가 감정을 이기지 못해 싸우고는 사표를 낸 목사도 보았다.

목회 현장에서 나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들이 참 많았다. 1980년 안수를 받은 후 1982년 아버님의 방앗간을 팔아 개척을 시작했다. 그런데 장로님 한 분이 "목사님! 방앗간을 팔아 개척했는데 나중에 방앗간 돈을 가져갈 것입니까?"라고 한다. 또 한번은 한 권사가 남편에게 당한 화풀이를 우리 집사람에게 퍼붓자 아내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운다. 개척시절에 사업이 어려운 집사에게 융자를 받아 빌려 주었는데 사업이 잘되는데도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갚으라고 하자 "목사의 돈을 떼먹지 않으면 누구의 돈을 떼먹겠소"라며 고소하라고 한다. 당회를 할 때도, 심방을 할 때도 순간순간 내 감정을 건드는 일은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목사님이 나를 욕했다지요. 아무개 집사가 그러는데 앞에서는 천사처럼 말하지만 뒤에서는 욕한다고 합디다." 교회를 떠나면서 모 집사가 교인들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그 때도 나는 웃으면서 "내가 그렇게 보입니까?"하고 물었다.

목회 현장에선 나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만 하나님께서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을 첫 목회지에서 시키셨기에 웬만한 것은 웃으며 넘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목회 현장은 영적전쟁이다. 사탄은 여러 가지 문제로, 여러 사람을 동원하여 내 감정을 폭발시켜 나를 무너지게 만든다. 목회의 길은 늘 살얼음판의 길을 걷는 것이기에 매일 내 혈기와 감정을 다스리고 온유함으로 목회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살고 있다.

송유광 목사 / 영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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