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사회적 자본

한국교회와 사회적 자본

[ 주필칼럼 ] 주필칼럼

이홍정 목사
2015년 07월 14일(화) 15:49

사회적 자본이란 호혜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상호이익을 위한 조정과 협력을 촉진하며, 종사하는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행동규범을 공유하며, 효율적 정보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는, 공식 혹은 비공식의 사회적 관계망과 이로 인해 생성되는 인적 물적 자원을 뜻한다. 성장의 한계의 시대를 극복하며 발전된 사회적 자본의 개념은 일상생활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신뢰가 핵심과제라는 인식에서 형성되었다. 이는 자본에 대한 인식의 범주를 경제적 인적 자본을 넘어서서, 제반 관계와 생명자본의 지평을 내포한 총체적 자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유화된 자본이 아니라 관계 속에 내재된 자본이다. 경제적 인적 자본이 자본의 소유주에게 배타적으로 이익을 돌리는 것과는 달리, 사회적 자본은 지속적인 공동체적 노력을 통해 이익이 공유되는 자본이다. 인적 자본은 개인이 경제적 생산성과 소득 증대를 위해 축적한 지식, 기술, 능력으로, 사회의 생산성과 부의 증대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인적 자본은 고용가능성을 증진하고 지식기반 경제제도에서 생존하기 위한 능력개발과 상업주의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경제성장중심의 인적 자본론은 제반 영역의 표준화에 따른 서열화, 과잉된 개인화, 사회양극화로 인한 소외와 갈등, 빈곤의 문제를 야기하면서, 결국 민주적 참여공동체를 약화시킨다. 이에 비해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관계 안에 내재된 무형의 학습기회를 제공하면서, 구성원 간의 협력과 사회문화적 응집력을 강화하여 사회통합의 기초를 다진다.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과잉된 개인화를 지양하고, 보다 공동체적인 인적 자본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

오늘 한국교회의 자본에 대한 인식이 경제적 자본론에서 인적 자본론을 넘어 사회적 자본론으로 이행할 때, 영적 윤리적 생태적 자본을 포괄하는 총체적 생명자본의 성장을 모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한국교회 안에 사회적 자본을 증진시키기 위한 세 가지 요소들, 즉 신뢰, 관계망, 사회규범을 강화해야 한다. 복음과 신앙윤리를 근간으로 축적된 신뢰는 신앙공동체의 관계망의 결속을 강화하며, 신뢰의 관계망은 그 안에 누적된 상호작용의 경험을 통해 신뢰를 재생산하고 공동체를 안정시킨다. 한국교회가 본질적으로 공유하는 복음에 기초한 사회생태윤리규범은 반복되는 상호작용의 관계망 안에 생성되고 공유되어, 상호간에 일탈행위를 억제하고 관계망의 결속을 다지며, 한국교회가 지닌 재화의 공적 생산성, 공공성을 증진시킨다. 신뢰의 형성은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공공성에 헌신하도록 사회생태윤리규범을 내면화시키며, 내면화된 규범은 구성원 안에 신뢰와 협동 증진의 기반이 된다. 이같이 한국교회 안에 신뢰, 관계망, 사회규범의 세 요소들이 상호 변혁적 관계성을 강화해간다면,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만물의 생명의 풍성함을 지향하는 총체적 생명자본의 성장지평을 형성해 갈 수 있다.

한국교회가 기복신앙과 번영의 신학을 ‘선전’하며, 개 교회와 교단 중심의 성장주의를 목표로 과잉된 개인화와 집단사유화에 의한 경제적 인적 자본의 성장에 집착하는 동안, 사회적 자본성장의 삼각대인 신뢰, 관계망, 신앙윤리규범은 권력형성을 위한 도구와 처세술로 전락하고, 공동체성은 약화되었으며, ‘소영웅들’의 ‘원맨쇼’를 위한 권력의 재생산 기제는 발달되고, 집단사유화와 피라미드 형태의 서열구조는 강화되었다. 한국교회 안에 형성된 다양한 형태의 패권주의와 이에 따른 권력의 암투와 타락한 정치문화의 형성은, 한국교회 안에 사회생태윤리규범의 실종과 신뢰관계의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 신앙공동체의 관계망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오늘 한국교회는 ‘죽으면 살리라’는 각오로 스스로를 향해 묻고 대답해야 한다. 한국교회를 ‘생명의 살림터’로 삼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의 사회적 자본의 성장보다는 ‘나’를 중심으로 집단 사유화된 경제적 인적 자본의 성장에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국교회의 의사결정과정과 교회정치제도와 저변에 형성된 정치문화가, 경제적 인적 자본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한 생명자본의 성장 지평을 그 안에 담보하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사회적 양극화와 개인화로 인한 격차 해소를 위한 신뢰 회복과, 사회적 성장의 기회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체적 관계망 강화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망을 지니고 있는가? 한국교회의 사회적 자본 증진을 위한 공동체적 헌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기반으로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다시 십자가 아래서 케노시스, 자기 비움을 생각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물질에 대한 탐욕과 권력에 대한 의지와 명예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온 지난 수십 년의 반복된 과정에서, 신앙양심을 사고파는 행위는 어느덧 당연한 절차요 문화로 인식되었다. 한국교회 안팎에 신뢰의 기반은 붕괴되고, 공동체적 관계망은 비인격적으로 도구화 된 채 해체되어가고, 사회생태윤리규범은 회칠한 무덤처럼 무의미해졌다. 개혁의 구호가 개혁대상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한 위선과 허위의 교권시대, 이제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풍요로웠던 생명살림터는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만큼 훼파되었다. 오늘과 내일의 일곱 세대를 위해 이제 그만 내려놓자. 도대체 ‘나’와 ‘당신’은 왜 그리스도인인가? “사는 방식이 산다는 것 자체보다 중요하다.”

이홍정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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