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보다 못한가?

1000원 보다 못한가?

[ 목양칼럼 ] 목양칼럼

류철배 목사
2015년 06월 08일(월) 19:27

매주 토요일 오후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떼를 지어 교회로 몰려오는 이들이 있다. 노숙인들이다. 이들은 몇 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석률 100%를 자랑하며 모이기에 힘쓰고 있다.

출발지가 다양하다. 멀리 고양시에서부터 용인, 안양, 시흥 등 그야말로 원근각처에서 모여오고 있다.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오나 이들에게는 전혀 상관 없다. 함께 모여 예배 드리기로 약속한 시간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5분 전부터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달려온다. 노숙인이라는 단어만 제외하면 정말 본 받아야 할 사항이다.

몇 년 전, 한 명 두 명 시도 때도 없이 교회에 와서 도와달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교회 업무에 지장을 주기 시작했다. 여 사무원 혼자 있을 때는 겁을 주면서까지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오는 이들에게 아무 때나 오지 말고 매주 토요일 2시에 한꺼번에 오시라고 한 달 동안 공지하였다. 이들은 약속을 지켰다.

가끔 외톨이로 돌아다니다 이 소식을 듣지 못하여 주중에 오는 이가 있어 모임 시간을 알려주고 그때 다시 오시라고 하였더니 이게 왠일인가? 육두문자를 사용하며 눈을 부라리며 대드는 것이 아닌가? 담임목사 체면에 점잖게 타이르는 나를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 거칠게 나오는 것이다. 상대방이 강하게 나올수록 더욱 침착하게, 더욱 냉정하게, 목소리를 낮춰 응대하니 점차 수그러들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침을 '퉤' 뱉고 투덜거리며 나간다.

이 모임 시간이 점차 소문이 났는지 이제는 토요일 마다 약 100여 명이 모이는 거대한 집단이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이들을 또 다른 교회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는대로 교통비를 주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배드리고 나서 순서대로 교통비를 주고 있다(말이 교통비이지 그 돈을 받아 어떻게 쓰는지 알 길은 없다). 이들이 이토록 지각하지 않고 열심을 다해 모이는 이유가 뭘까?

예배에 있지 않다. 단순히 돈 1000원 받기 위해 앞다퉈 몰려오는 것이다. 이들이 주는 교훈이 있다.

첫째, 이들은 예배 시간에 늦지 않는다. 시간이 늦으면 신호 무시하고 뛰어 온다. 둘째, 반장이 있어 정리 정돈을 하여 앞자리부터 앉기 시작한다. 셋째, 찬송가를 외워서 부르며 말씀이 선포될 때 '아멘'으로 화답한다. 넷째,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환경이 어떠하든 불평이 없다. 다섯째, 1000원을 받고 나가면서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간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하는 시간이 1000원 만도 못한 것인가?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1000원 가치만도 못한 것인가? 예배 시간에 늦어도 별로 송구한 마음이 없다. 규칙적으로 늦는 이들이 있다. 앞자리는 비워두고 뒷자리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나갈 때는 '하나님 말씀에 은혜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 한마디 없이 가는 이들이 있다. 목사와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런지 눈을 피하여 나간다.
노숙인들에게 교회에 올 때마다 1000원씩 주겠다고 하면 낮예배, 오후예배, 수요예배, 새벽예배, 저녁기도회, 구역예배 등 모든 예배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가 눈에 보이는 1000원 만 못한가?

"여호와의 이름을 기념하는 모든 곳에 임하여 네게 복을 주리라(출20:24)."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값싸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을 존중히 여기면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존중히 여겨 주신다고 했는데.

류철배 목사 / 보배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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