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신의 지키자

한미동맹의 신의 지키자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김명배 대사
2015년 06월 02일(화) 14:14

김명배
前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중국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동북아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인 한반도에서 미ㆍ일 대 중국의 패권적 대결구도가 첨예해 지고 있다. 남조선 적화에 몰입하는 북한당국의 끊임 없는 군사적 긴장 조성과 맞물려 한반도의 내우외환이 19세기 말의 혼란상을 방불케 한다. 한반도 상황이 어려울수록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견고히 하는 것이 국가경영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과거 냉전기에 초 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동서 양 진영을 대표해서 세계의 경찰 역을 수행했던 것처럼 오늘날 탈 냉전기에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G-2'국가로서 세계의 경찰 역을 수행하는 것처럼 알고 있지만 상당 부분 중국의 국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할 것이다. 

중국이 후진타오 시절 초고속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주동작위(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잠시 선회했다가, 시진핑 집권 이후 미ㆍ일과의 패권경쟁에 직면하면서 과거 등소평 시절의 '도광양회(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의 신중노선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중국이 아직은 세계의 경찰력을 수행할 만큼 초 강대국이 아님을 반영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 내부에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정치, 사회적 정체와의 괴리, 빈부격차, 소수민족의 항거, 인권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인권존중, 창의적 인적자원, 풍부한 지하자원 등에 비추어 미국이 21세기 내내 세계를 주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미ㆍ일 신 밀월시대'를 구가할 만큼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현상은 미국이 상당 기간 세계를 주도해 나갈 것을 내다 보는 일본외교의 노회함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에 영일동맹을 통해, 이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미일동맹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동북아에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정도로 국력을 배양해 온 일본의 실리외교는 우리외교가 지향할 목표와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냉전 이후 미ㆍ중 간 패권경쟁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미국이 대중 견제 차원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비중을 절감할수록 한국이 이를 협상카드로 이용하거나, 실리추구 차원에서 미,중 간을 저울질하기 보다는 동맹의 신의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 장차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공존' 구축과 'G-7 선진조국' 건설을 실현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패권적 부상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아베의 발언이 퍽 고무적일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의 신의를 소홀히 하면서 미ㆍ중 간의 패권경쟁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보일수록 미국과의 동맹도, 중국과의 신의도 모두 잃게 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미ㆍ중 양국으로부터 한국을 고립시키는 이간공작을 펼 빌미를 제공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화사상에 심취한 중국은 한중관계를 미,중 간 전략적 경쟁관계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하는 대국의식으로 팽배해 있다.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한반도 비핵화 등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들은 한 마디로 '한반도 분단상태의 고착화'로 요약되면서 하나처럼 중국외교 특유의 '모호성(ambiguity)'을 반영하고 있다. 수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관계가 돈독해 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우호적 제스쳐에 그칠 뿐, 남북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만한 변화는 없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도 중요하지만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를 떠받치는 지주이다. 동맹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한국전과 월남전, 두 번에 걸친 한미간의 혈맹우의(blood-sharing friendship)야 말로 국가의 밝은 장래를 기약하는 '천혜의 자산(God-given asset)'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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