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파키스탄에 신학교가 필요한가?

<7> 파키스탄에 신학교가 필요한가?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이준재 선교사
2015년 06월 01일(월) 16:14
▲ 파키스탄 복음주의 신학교 (EBC) 건물 건축 후 새 건물에 처음 들어가 감사예배를 드리는 모습.

파키스탄은 전 인구 97%가 무슬림이며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무슬림이 많은 나라로서 전국에 동네마다 풀뿌리처럼 깔려있는 종교학교인 마드라싸의 교육을 통하여 이슬람화가 목표인 나라라고 설명하였는데 과연 이런 척박한 곳에 신학교가 필요한가 질문해 본다. 답은 "꼭 필요하다"이다. 무슬림 전도는 물론 100여년 전에 파키스탄 사회의 최하층이었던 쭈르하 종족의 집단개종 이후 그 후손들이 오늘날 파키스탄교회의 대부분을 이루는데 영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약하며 더욱이 근래 스스로 안수한 엉터리 사역자나 불과 3개월 정도의 훈련 후 교회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이 많아 신학교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주의 일꾼이 필요하다.

주의 사역자를 훈련하기 위하여 저희 사역지의 전임사역자(김병교 선교사)에 의하여 1992년 신학교 (Evangelical Bible Institute)가 개교되었다. 당시 파키스탄에 50%가 훨씬 넘는 문맹율 속에 신학생들은 중고교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복음에 대한 열정과 교회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였으며 지금은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입학이 되고 그 열정은 아직도 대단하다. 매년 여러과정의 신입생 선발시험에 40여 명이 넘는 지원자를 보면 놀란다(현재 재학생 95명). 그리고 신학교를 졸업하고 자기집 마당에서 혹은 성도 가정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어럽게 사역하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신학교 사역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좋은 교수님을 모시는것, 좋은 교과목을 짜는 것, 정말로 하나님께서 부르신 일꾼을 선발하는것,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 등 일이 많다. 한국의 선교초기에 평양 신학교를 시작하여 한국교회를 위해 탁월한 일꾼을 배출하기 위하여 힘쓰신 선교사님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신학교 사역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개교 때부터 강의실로 여학교의 빈 교실을 빌려쓰고 작은 가정집을 월세내어 사무실과 기숙사를 썼는데 집 주인이 건물을 돌보지 않아 너무 더러웠다. 집 주인이 인색하고 탐욕스러웠는데 그 집을 사서 좀 고쳐 신학교 건물로 사용하고 싶었다. 집주인에게 집 구입을 물어보자 집의 등기가 딸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 팔수 없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었다. 할 수 없어 그러면 페인트 칠한지 너무 오래되어 더러우니 페인트 칠을 해달라고 하자 자기가 건물을 사용하지 않는데 페인트칠을 왜 하냐고 되 묻는다. 기숙사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하는 부엌이 너무 낡아 좀 고쳐달라고 하였더니 신학교에서 고치면 월세에서 그 비용을 깍아주겠다고 하였다. 집주인이 평소 탐욕스러운 것을 알기에 합의서를 썼다. 신학교의 페인트 칠과 부엌을 개조한 후 최소 3년간은 집을 팔지 않기로. 기쁜 마음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부엌을 개조한 후 신학생들과 감사예배도 드렸다. 페인트 칠이 미처 마르기도 전에(페인트 칠한 뒤 약 두 달후) 이런 저런 핑계로 집을 팔지 않던 집주인이 깨끗하여진 집을 아주 비싼 값에 팔아버렸다. 사무실 직원과 기숙사 학생들이 하루 아침에 갈 곳이 없어졌다. 얼마나 황당한가? 그러나 이런 황당한 일들이 파키스탄에서 자주 일어난다. 주위에서 합의서에 근거하여 재판에 가라고 권유하였지만 파키스탄 법원에 가면 이 일로 너무 긴 시간과 돈이 들 것이기에 포기하였다.

그러나 하나가 막히면 다른 하나가 열린다. 평소 파키스탄 선교를 위하여 기도와 지원을 아끼지 아니한 후원교회(명성교회)에서 어려운 사정을 알고 신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개교 20년 만에 강의실과 기숙사를 갖춘 아담한 건물을 짓고 2012년 5월에 입관하였다. 꿈 같은 일이었다. 이 신학교에서 훈련 받은 주의 일꾼들을 통하여 파키스탄에 복음이 더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주의 일은 꿈꾸는 자와 함께 참여하시는 분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이준재 선교사 / 총회 파송 파키스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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