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에게 허들링 배우기

황제펭귄에게 허들링 배우기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5월 06일(수) 13:11

내게 병원에서의 간호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외줄 타기 서커스' 딱 그거였다. 자칫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밑으로 떨어지는 외줄타기였다.
 
18년의 '외줄타기 서커스'로 비유되는 병원 생활을 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코 '끈끈한 인간관계'다. 다른 직종들도 동료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몇 배로 힘든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간호사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다.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안타깝게도 요즘 젊은 간호사들은 병동 회식도 싫어한다고 한다. 병동에서 막내 노릇하는 것도 고달픈데 영화 보러 가서까지 표 끊고, 콜라 사오는 심부름을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회식 자리에서 고기도 자르고 재롱도 떨어야 하는 게 스트레스란다. 하지만 일이 힘들수록 근무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속에 쌓인 섭섭함을 풀어내는 자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미안함과 감사함이 충분히 전달될 때 뻑뻑했던 인간관계가 말랑말랑해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회식 자리를 기피한다니 직장 인간관계의 어려움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게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심히 안타깝다
 
무리 지어 사는 동물 중에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서로서로 의지함으로써 생존이 가능한 대표적인 동물로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을 들 수 있다. 암컷들이 새로 태어날 새끼에게 먹일 생선을 잡으러 바다로 나간 사이 수컷들은 자신의 발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부화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한다. 이때 영하 50도 되는 혹한 속에서 혼자서는 알을 지킬 수 없기에 수천 마리의 수컷 펭귄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여 한 덩어리를 이루어 알을 지킨다. 일명 '수컷 펭귄들의 허들링'이다.
 
무리지어 커다란 원을 겹겹이 만들어 천천히 돌다가, 바깥쪽에 있던 수컷들의 체온이 떨어지고 지치면 안쪽에 있던 수컷들과 자리를 바꾼다. 부화시키는 동안 수컷들은 눈을 먹으면서 겨우 수분을 보충할 뿐, 먹이를 먹을 수 없어서 굶어죽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죽음도 불사하는 부성(父性)도 대단하지만, '허들링'이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혹한과 눈폭풍을 이기고, 새끼를 부화시켜 종족 보존을 이어나가는 황제펭귄의 생존 행태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사회는 친절과 동시에 경쟁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들인 젊은이들이 부디 황제펭귄에게서 '허들링'을 배웠으면 좋겠다. 안 주고 안 받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여 혼자 지내다 보면 결국 지치고 만다.
 
추위 속에서 서로 밀착하여 커다란 원을 만듦으로써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종족 보존의 업까지 훌륭히 해내는 황제펭귄처럼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황제펭귄처럼 서로 배려하는 상생의 비결로 힘겨운 인생살이를 즐겁게 해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혜주교수/경인여자대학교 정신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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